당첨 불가능한 '랜덤 뽑기'…"사기죄 성립할 수 있다"

김종훈 기자, 박수현 기자
2021.03.10 06:01

[theL][MT리포트][K-게임 '확률형 아이템'논란]② 사기죄 적용된다면 "랜덤으로" "무작위" 등 공지 기망행위인지, 넥슨에 '고지의무' 있는지 쟁점될 듯

/사진=김창현 기자

넥슨이 주력 게임 메이플스토리에서 최고등급 상품의 당첨확률이 0%인 사실을 명확히 알리지 않은 채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다. 일부 게임유저들 사이에 법적대응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넥슨의 아이템 판매행위에 사기죄를 적용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고래'들도 안달난 '보보보' '방방방' 당첨 0%였다니

10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이번 '당첨확률 0%' 논란은 지난 5일 넥슨이 유료 아이템 '큐브'의 당첨확률을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큐브는 게임 내 캐릭터가 사용하는 장비에 추가 옵션을 부여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유저들 중에서는 '고래'라 불리는 고액 과금 유저들이 '보스 몬스터 공격 대미지 증가', '몬스터 방어율 무시' 등 가장 강력한 옵션을 연속으로 3번 부여하기 위해 상당한 액수의 큐브를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보스 몬스터 공격 대미지 증가가 연속 3번 부여되면 '보보보', 몬스터 방어율 무시가 연속 3번 부여되면 '방방방'으로 불리며 게임 내에서 매우 높은 가치를 갖게 된다.

큐브를 통해 부여되는 옵션은 여러 종류가 있고, 이는 "무작위", "랜덤" 방식으로 결정된다는 것이 넥슨의 공식입장이었다. 하지만 유저들 사이에서는 가장 강력한 옵션인 보스 몬스터 공격 대미지 증가, 몬스터 방어율 무시 등은 당첨확률이 다른 옵션보다 낮을 것이라는 추측이 무성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5일 넥슨이 공개한 확률표는 유저들에게 상당한 충격을 안겼다. 보스 몬스터 공격 대미지 증가, 몬스터 방어율 무시 옵션이 3연속으로 부여될 확률, 즉 보보보 또는 방방방 아이템을 획득할 확률이 0%로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넥슨 측은 "2011년 8월 레전드리 잠재능력이 처음 추가될 당시의 보스 사냥이나 아이템 획득의 밸런스 기준점을 과도하게 초과하는 상황을 방지하려는 목적"이라고 해명했다. 너무 강력한 아이템은 게임성을 해칠 수 있어 당첨되지 않도록 할 수밖에 없었다는 뜻이다.

문제는 넥슨 측에서 보보보, 방방방 당첨확률은 처음부터 0%였다는 점을 이용자들에게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에 일부 유저들 사이에서 트럭시위 등 여론전을 넘어 법적대응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솜방망이여서 그런가…과징금 맞고도 정신 못 차린 넥슨

넥슨은 비슷한 문제로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과징금을 부과받은 전력이 있다.

넥슨은 2016년 FPS게임 서든어택에서 '퍼즐 완성 이벤트'를 진행한 적이 있다. 당시 넥슨은 아이유, 트와이스 등 인기 연예인들을 본따 만든 캐릭터들을 판매하고, 구매 때마다 퍼즐조각 아이템을 지급했다. 16개 퍼즐조각을 모두 모으면 연예인과 만날 수 있는 오프라인 행사 초대권을 증정하는 조건이었다.

15개의 퍼즐조각을 모으더라도 마지막 1개를 얻지 못하면 하나도 모으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이벤트 보상을 얻지 못했다. 이에 46만원을 들여 퍼즐조각을 550개나 뽑은 경우가 있을 정도로 유저들은 퍼즐조각 모으기에 열을 올렸다.

이때 넥슨의 공지사항은 "퍼즐조각은 1~16번 중 랜덤으로 지급된다"는 것이었다. '랜덤으로'는 보통 '무작위로'와 같은 의미로 쓰인다. 이렇게 읽는다면 모든 퍼즐조각들의 획득 확률이 같다는 것이므로 퍼즐 1개당 획득 확률은 16분의 1, 즉 6.25%가 돼야 한다.

그러나 넥슨은 16개의 퍼즐조각 중 3~4개의 퍼즐조각을 '레어퍼즐'이라 이름 붙이고 획득 확률을 0.5~2.65%로 하향 조정했다. 이벤트 막바지에 "일부 퍼즐 조각의 확률이 낮을 수 있다"라는 공지를 내긴 했지만 정확한 확률은 공개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전자상거래법 제21조 제1항 제1호 '거짓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 방법을 사용해 소비자를 유인·거래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넥슨에 과징금 9억3500만원을 부과했다.

과징금 계산 방식이 틀렸다는 이유로 넥슨 승소 판결이 나오긴 했지만, 법원은 "넥슨의 행위는 온라인게임을 이용하는 소비자로 하여금 확률형 아이템 구매에 있어 중요한 사항인 아이템의 획득 확률에 관한 오인을 야기할 가능성이 큰 행위"라며 불법성을 지적했다.

메이플 유저들 관심은 '형사처벌' 사기죄 적용 가능성은

서든어택 퍼즐조각 이벤트 판례에 비춰보면 '메이플스토리 보보보 0% 사건'은 전자상거래법 위반 혐의를 피해가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서든어택 이벤트 사건에서 넥슨에 최종적으로 부과된 과징금은 4500만원에 불과했다. 처음 공정위 계산식에 따르면 퍼즐조각과 무관하게 연예인 캐릭터만 보고 상품을 구매한 유저들이 낸 돈까지 과징금 대상이 된다는 이유로 액수가 대폭 줄었다.

따라서 유저들의 관심은 과징금이 아니라 형사처벌이 가능한지 여부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형사절차로 흘러간다면 넥슨에 사기죄 적용이 검토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법률사무소 이화의 장효강 변호사는 게임사가 공표한 아이템 당첨 확률이 실제와 다른 경우 사기죄 성립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장 변호사는 "A라는 확률형 아이템 획득 확률이 10%인데 실제로는 해당 수치에 전혀 미치지 못한다든지 하는 경우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사건이 법정으로 간다면 넥슨은 아이템 당첨 확률을 거짓으로 공표한 적이 없으므로 사기죄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랜덤으로" "무작위" 등 표현을 사용하긴 했지만 확률 수치를 밝힌 적은 없으므로 확률 수치를 갖고 유지들을 속인 적은 없었다는 주장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어떤 행위를 함으로써 상대방을 속인 경우뿐 아니라 하지 않음으로써 상대를 속인 경우, 즉 부작위에 의한 기망도 사기죄를 구성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부작위에 의한 기망이 성립하려면 △상대방이 착오에 빠졌고 △그 착오를 제거함으로써 부당한 재산침해를 막아야 할 고지의무가 있음에도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어떤 행위를 함으로써 상대방을 속인 것과 다름없는 상황을 초래했다는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이번 메이플스토리 사건에 빗댄다면 넥슨이 유저들에게 당첨 확률 수치를 밝혀야 할 고지 의무가 있었는지, 수치를 밝히지 않은 행위를 수치를 속인 경우와 동일시할 수 있는지 등이 쟁점이 될 수 있다. 법정분쟁으로 비화된다면 이 점을 놓고 유저와 게임사 간 공방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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