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게임 주수익원 '확률형 아이템' 이번엔 '입법 규제'될까

유동주 기자, 김종훈 기자, 박수현 기자
2021.03.10 06:00

[MT리포트][K-게임 '확률형 아이템' 논란]①

사진=김창현 기자 chmt@

넥슨 '메이플 스토리' 사태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 논란은 꽤 오래된 이슈다. 다만 게임 이용자들 사이에서만 심각한 사안으로 받아들여져 일시적으로 '공론화'됐다가도 '게임산업 보호'라는 명분에 금새 시들해지기 일쑤였다.

확률을 알 수 없는 '뽑기'로 대형 게임사들이 수익이 급증하는 사이, 소비자 보호는 뒷전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행성' 논란이 있었지만 자율 규제 방식으로 게임업계는 면피를 해왔다.

국내 게임사들의 주된 수입원인 확률형 아이템은 부분 유료화 게임의 주요 수익모델이다. 게임 자체는 무료로 내놓고 유용한 아이템들을 팔아 수익을 얻는다. 특히 확률형 아이템을 팔게 되면 게이머들은 원하는 아이템이 나올 때까지 반복해서 아이템을 구입하기 때문에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 10년전 7조원대였던 국내 게임 산업 규모는 최근 2배인 15조원 수준으로 성장했다. 게임산업 수익의 상당 부분을 사행성 확률형 아이템에 의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엔 국내 진출 해외 게임사들도 이에 동참하고 있다. 일본, 중국 등 자국에선 금지된 확률형 아이템도 국내에선 허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콤푸가챠' 금지, 중국은 '랜덤 아이템 금지'…한국은 '자율' 규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일본과 중국에서는 우리나라보다 강한 규제가 이뤄지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한국 게임 해외 진출 전략 수립을 위한 시장조사'에 따르면 중국은 게임에서 랜덤으로 지급되는 아이템에 대한 판매는 사행성이 큰 것으로 인식해 금지했다.

일본도 모바일 소셜게임에 국내 확률형 아이템과 유사한 '콤푸가챠(뽑기로 얻은 아이템을 조합해 다른 아이템을 얻는 방식)'가 있었으나 판매중지 됐다. 일본에선 지난 2012년 확률형 아이템을 2중으로 적용한 콤푸가챠가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어 금지한다는 일본 소비자청 발표가 있었다. 이를 계기로 게임업체들이 아이템 획득 확률을 공개하는 등의 적극적 자정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 항목도 구체적으로 표시하게 하고 1%이하 희귀 아이템에 대해선 별도로 확률이 희박하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국내에선 최근엔 유료 게임에도 확률형 아이템이 등장해 이용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과거엔 무료 게임에서 수익을 얻는 방식이었는데, 유료 게임마저 확률형 아이템을 넣어 수익을 극대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자율규제'…"외부 규제 피하려 '실효성'없이 시늉만"

자율 규제 효과도 실제로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전혀 규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여론이 나빠지자 게임사들은 수년전부터 자율규제안을 들고 나왔다.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 주도로 자율규제를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단체 분석에 따르면 자율규제에 응해 게임 내 확률 아이템의 확률을 공개하는 비율은 20%도 안 된다. 정부나 국회에 의한 '규제'를 피하려고 '시늉'만 한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공개방식도 '구간 공개'로 특정 아이템의 확률을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번 논란에 불을 붙인 '메이플스토리' 사태도 이전까진 아예 비공개였던 확률을 이용자들에게 '이익'을 준다는 생각으로 공개했다가 오히려 '속았다'는 반발을 가져온 경우다. 넥슨은 메이플 스토리의 '환생의 불꽃' 아이템을 업그레이드하면서 "무작위이던 아이템 확보 확률을 모두 같은 확률로 바꾼다"고 공지했다. 그런데 이용자들은 이 아이템의 확률을 이전까지 '무작위'로 알고 있었던 게 아니라 '모두 동일'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넥슨 공지는 이용자들의 그간의 '인식'이 '정보 부족에 의한 착각'이었단 점을 확인해 준 셈이다. 이용자들은 '속았다'는 생각에 집단 소송을 주장하고 일부는 실제 트럭을 이용해 국회 앞과 넥슨 본사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사태가 확산되자 일단 국내 최대 게임업체인 넥슨은 자사의 게임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모두 공개하겠다고 지난 5일 선언했다. 연내 업계 최초로 '확률 모니터링 시스템'도 도입하겠다고 했다.

메이플 스토리 사태가 입법 규제로 흐르는 것을 막으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이번 사태를 불러 일으킨 넥슨은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나섰지만, 결국 국회는 관련 법 개정논의에 다시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국회, 10여년 전부터 국감서 지적하고 입법시도했지만 '게임산업 보호'논리에 묻혀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넥슨의 메이플스토리뿐 아니라 국내 유명 게임 거의 모두가 확률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며 "공정위에 공식 조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 의원은 공정위에 조사를 요청할 게임으로 NC소프트 ‘리니지’, 넥슨 ‘메이플스토리·던전앤파이터·마비노기’, 넷마블 ‘모두의 마블’을 꼽았다.

국회 국정감사 보고서/

과거에도 유사한 법률 규제 시도가 있었지만 게임 산업보호 논리에 번번히 묻혔다. 이른바 'K-게임산업'의 경쟁력을 죽이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에 국회는 국내 게임 이용자들 보호보다는 게임산업보호에 좀 더 치우쳐왔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10여년 전부터 단골 소재였다. 지난 19대, 20대는 물론이고 이번 21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그간 발의된 관련 개정안 내용도 비슷하다. 게임 내부 또는 아이템 구매 시점에 확률형 아이템 종류, 구성비율, 획득확률 등 정보를 명시하라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박의준 변호사(법률플랫폼 머니백)는 "업계 보호 논리에 의해 소비자 권익이 보장받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면 개선될 필요가 있다"며 "강한 외부 규제가 작동하기 전에 소비자와 게임사가 서로 상생할 수 있는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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