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예우 비판하다가도 재판에서는 전관 찾는 정치인들

이태성 기자
2021.08.31 10:47
이재명 경기도지사 인터뷰 /사진=수원(경기)=이기범 기자 leekb@

전관예우를 비판했던 이재명 경기도지사(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중요 재판에서 전관을 선임한 사실이 알려졌다. 변호사 업계에서는 "전관예우 근절을 외치다가도 재판이 걸리면 전관을 먼저 찾는 정치인들이 전관예우 문화를 더 공고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지사는 직권남용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돼 항소심 선고를 마치자 대법원 단계에서 송두환 전 헌법재판관을 비롯해 이상훈 전 대법관, 이홍훈 전 대법관을 선임했다. 전관예우를 기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가능한 대목이다.

실제로 이 지사는 대법원에서 기사회생했다. 대법원은 지방선거 과정에서 친형 강제입원 사건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에 대해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던 2심을 파기했고, 이 지사는 결국 선거법 무죄 판결을 받아 지사 직을 유지하는데 성공한다.

유력인사들, 수사 시작되면 '전관'부터 찾는다

이 지사 뿐만 아니라 정치인 등 유력인사의 변호인단에는 전관이 빠지지 않는다. 대법원 재판을 앞두고 대법관 출신 변호사를 찾는 일은 과거부터 흔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자 대법원 재판을 앞두고 김능환 전 대법관을 변호인으로 들였다.

김 변호사는 대법관과 중앙선거관리위원장에서 물러난 뒤 한동안 동네 편의점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한 전 총리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리며 '전관예우' 논란에 시달렸다. 당시 민주당은 김 변호사가 법무법인에 취업하자 논평을 내고 전관예우를 비판했으나 한 전 총리의 김 변호사 선임은 감쌌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역시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자 대법관과 국무총리를 지낸 김황식 변호사를 선임했다. 원 전 원장은 대법원에서 파기환송 판결을 받아냈는데, 다만 파기환송심에서 형량이 가중됐다. 여기에는 재판이 5년여간 이어지며 정권이 바뀐 탓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부하직원 강제추행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최인석 변호사를 선임, 구속 위기에서 벗어났다. 최 변호사는 부산고법 수석부장판사, 제주지방법원장, 울산지방법원장 등을 지낸 '전관'이다.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혐의 등으로 최근 기소된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 역시 대법원장 연수원 동기 등 전관 변호사를 선임했다.

법조계 "정치인들이 전관 찾으니 전관예우 없어질 수 있나"

법조계에서는 정치인들이 기소되면 전관부터 찾기 때문에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전관예우에 대한 의심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서초동에서 근무하는 한 변호사는 "정치인뿐 아니라 기업인들 재판에 전관은 항상 빠지지 않는다"며 "돈 많은 사람, 권력이 있는 사람들이 전관을 찾는데 일반인들이 이를 어떻게 바라보겠나"라고 했다.

그는 "전관예우를 근절하겠다고 말한 이들의 전관 선임은 더욱 비판받아 마땅하다"며 "전관예우를 없애겠다는 여당의 주장 역시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변호사는 "전관예우는 없어져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전관부터 찾는다"면서 "이는 재판에 전관예우가 실제로 작동하고 있고, 돈 있는 사람은 이 방법을 써야한다는 것을 실증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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