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물대포' 쏘던 경찰은 달라졌는데

김민우 기자
2021.11.10 04:03

"집회·시위는 헌법이 보장하는 우리 국민의 기본권입니다. 최대한 보장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민단체나 노동조합 관계자의 말이 아니다. '위드코로나(단계적일상회복)가 시행되면서 집회·시위가 많이 늘어 걱정이 크겠다'는 얘기에 돌아온 최관호 서울특별시경찰청장의 답이다.

경찰은 전통적으로 집회·시위를 '규제'의 대상으로 바라봤다.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물대포에 맞고 숨진 것도, 용산 재개발 현장에서 경찰과 철거민의 대치 중 6명이 사망하고 24명이 다친 것도 이같은 시각에서 비롯됐다. 시위 과정 속 발생하는 '불법' 행위는 응징해도 된다는 기조가 깔려있다보니 '과잉진압'이 나오곤 했다.

하지만 최근들어 경찰의 시각도 변했다.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인 집회·시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되 공공의 안녕과 이익을 따져보겠다는 기조다. 최 청장은 "집회·시위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으로서 우리 경찰은 이 과정에서 불가피한 일부 위법사안이 발생하더라도 최대한 인내할 것"이라며 "그리고 국민이 기본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위법으로 인해 보장되는 기본권보다 공공의 이익을 해치거나 국민의 안녕을 위협하는 부분이 더 크다고 판단될 때 경찰이 과감하게 개입한다는 게 기본 원칙"이라고 말했다.

지난 1일부터 위드코로나가 시행되면서 집회·시위가 늘고 있다. 대부분은 평화롭고 질서있게 집회·시위를 해나간다. 지난 6일 광화문 일대에서 벌어진 집회 현장에서도 참가자들이 체온을 측정하고 출입명부를 작성하는 등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신고한 집회 장소를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노력하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법의 테두리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기도 한다. 오는 13일 예고된 민주노총의 1만명 규모의 집회가 대표적이다. 민주노총은 499명씩 70m 간격을 두고 20개 무리로 나눠서 집회를 할 방침이다. 경찰은 이같은 집회가 사실상 같은 장소에 1만명이 모이는 단일집회와 같다고 보고 있다.

집회와 시위에 참여하는 이들의 태도도 변해야 한다. 코로나19가 아직 만연한 상황에서 대규모 인파가 모이는 집회·시위는 자칫 5차 대유행을 불러올 수 있다. 방역당국이 '위드코로나'를 시행하면서도 집회·시위의 규모는 접종자에 한해 499명으로 제한한 이유다. 일부 시민의 집회·시위의 자유가 전 국민의 건강권 등을 위협한다면 그 집회는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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