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판 오징어게임, 직접 참가하니 영화와 달랐다…힘과 운이 좌우

전형주 기자
2021.11.24 06:05
/사진=전형주 기자 jhj@

지난 21일 오전 10시 강원 강릉시의 한 해변에는 점프슈트에 가면을 착용한 '오징어게임' 진행 요원이 수십명 등장했다. 모두 세인트존스 호텔이 주최하는 '현실판 오징어게임' 세인트 게임을 준비하러 나온 직원들이었다.

직원들은 음향 등을 확인하는 한편, 아침 일찍부터 해변에 몰린 인파를 통제하느라 분주해 보였다. 백사장에서 만난 게임의 '프론트맨' 박종인 세인트존스 호텔 마케팅팀 과장도 동분서주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박 과장은 10도의 추운 날씨에도 후드티에 청바지를 입은 단출한 차림이었다. 그는 위드 코로나 이후 첫 대규모 행사에 의욕이 넘쳐 보였다. 특히 게임이 지난달 강릉시 방역당국의 행정명령으로 한 차례 무산됐던 만큼 꼭 계획대로 잘 마무리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그는 "세인트 게임을 기획한 건 오징어게임 열풍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참가자들의 어린시절 추억을 살려드리고 싶었다"며 "게임이 무산된 뒤 강릉시와 더 철저하게 조율해 행사 계획표를 만들었다. 계획대로 최대한 매끄럽게 진행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규모 행사라 방역에 만전을 기했다. 백신 접종 이후 14일이 지난 접종 완료자만 참가할 수 있게 했고, 데스크 등에서 체온을 파악해 유증상자를 가려내고 있다. 행사장 전역에도 방역 소독 조치를 했다"고 덧붙였다.

행사 비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상금을 포함해 대략 3000만원을 썼다. 상금에 1000만원, 무대를 설치하는 데 1000만원, 기타 소품 등에 1000만원을 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게임 시작, 그러나 기자는 2분 만에 '탈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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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가 되자 호텔 측은 본격적으로 게임을 시작했다. 게임에 참가한 인원은 326명으로 당초 초대된 456명보다 130명이 적은 숫자다.

첫 번째 게임은 '구슬치기'였다. 게임은 모래사장에 쳐놓은 사각형의 선 안에서 진행됐다. 기자 역시 게임에 번호표 172번을 달고 참가했다. 2인 1조로 진행된 구슬치기에서 기자가 마주한 참가자는 번호표 2번을 단 중년의 남성이었다.

구슬치기 룰은 간단했다. 진행요원에게 받은 구슬 5개를 걸고 '홀짝'을 맞추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공격자는 갖고 있는 구슬을 걸고 홀짝을 맞추는데, 공격에 성공하면 게임에 걸었던 구슬 개수만큼 수비자에게 구슬을 받을 수 있다. 틀리면 손에 쥐고 있던 구슬을 모두 잃게 된다.

기자와 2번 참가자는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그러나 게임이 2분쯤 지났을 무렵, 2번 참가자의 예상치 못한 공격에 기자는 무릎을 꿇어야만 했다. 그는 공격 차례에 가지고 있던 구슬 5개를 걸고 홀수를 외쳤다. 총 5개의 구슬을 갖고 있던 기자는 손에 구슬 한개를 쥐고 있었다.

게임에서 패한 기자는 결국 갖고 있던 구슬을 모두 내놓고 게임을 떠나야만 했다. 1라운드에서는 기자를 포함해 160여명이 탈락했다.

줄다리기부터 딱지치기까지…게임에 진심이었던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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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2라운드에서는 줄다리기가 진행됐다. 줄다리기는 무작위로 16명씩 10개 조를 나눠 진행됐다. 각 조는 서로 구령을 정하고 작전을 짰다. 그러나 전략은 게임에 큰 변수가 되지 못했다.

줄다리기의 승패는 완력 차이에서 갈렸다. 완력이 비교적 약한 여성이 다수 포함된 팀은 드러눕는 등의 전략에도 남성이 많은 팀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2라운드에서 탈락한 한 여성 참가자는 "여성에게 불리한 건 알고 있었지만 직접 겪어보니 살짝 억울하기도 하다"고 불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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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라운드 '달고나 뽑기'는 실력보다 철저하게 운이 중요했다. 1번 푯말 앞에 선 참가자에게는 정사각형 달고나가, 2번 푯말 앞에 선 참가자에게는 다람쥐 모양의 달고나가, 3번 푯말 앞에 선 참가자에게는 원형 달고나가 나왔다.

달고나가 공개되자 곳곳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더욱이 제한 시간도 3분이라 2번 푯말 앞에 선 참가자는 모두 자포자기한 표정이었다. 한 참가자는 게임 도중 달고나를 깨먹고 자진 포기하기도 했다.

네 번째 게임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에서는 결승선에 빠르게 들어가기 위해 급하게 몸을 움직이다 탈락한 참가자가 속출했다. 다만 게임 중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구호가 두 번 연속 나오는 등 음향 사고가 발생해 일부 참가자는 억울한 탈락을 맛봐야만 했다.

최후의 1인을 가리는 마지막 게임인 '딱지치기 토너먼트'에는 19명이 진출했다. 오징어게임에서 딱지치기는 정식 게임이 아닌 참가자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하는 게임이다.

토너먼트가 이어졌고 두 명이 남는 결승전에서는 100번 참가자와 11번 참가자가 남았다. 딱지치기를 두 번 주고받은 끝에 11번 참가자가 100번 참가자의 딱지를 넘기면서 최후의 1인이 됐다. 우승자인 11번 참가자에겐 현장에서 곧바로 1000만원의 상금이 전달됐다.

우승자는 동두천 출신 20대 남성…"상금으로 테슬라 차 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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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금 1000만원의 주인공은 경기 동두천에서 온 27살 남성 한재민씨였다. 그는 우승 소감으로 "오늘 게임 상대들을 보니 우승할 자신이 있었다"며 "상금은 테슬라 차량을 사는 데 보탤 것"이라고 밝혔다.

특별히 게임을 공부한 적이 있냐는 기자의 물음에는 "구슬치기는 따로 한 적이 없어 유튜브에서 몇 번 찾아봤다. 그런데 홀짝 게임이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공부한 게 크게 도움은 안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린 시절 친구들과 자주 해본 게임이 많았다. 특히 딱지치기는 정말 자신 있었다"고 강조했다.

스님도 오징어게임 '참가'…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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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게임에는 승복을 입은 노년 참가자가 등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강릉 오룡사의 주지 법산 스님(61·속명 이기성)이었다.

그는 줄다리기에서 팀의 완벽한 승을 이끌며 많은 주목을 받았으나, 아쉽게도 달고나 뽑기에서 '다람쥐 모양'의 달고나를 받으며 탈락했다.

법산 스님은 이날 게임에 참가한 이유에 대해 "우연히 게임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참가하게 됐다"며 "제가 장애인단체에서도 일하고 있는데, 혹시라도 상금을 타게 된다면 장애인들을 위해 쓰려고 했다"고 말했다.

탈락한 소감을 묻는 말에는 "달고나 모양을 보자마자 '나는 아닌가 보다'라고 생각했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손에 힘이 잘 안 들어가서 달고나 뽑기가 매우 힘들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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