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공수처 소속 부장검사의 고발 사건 수사를 지연한 혐의에 대한 첫 공판에서 수사를 고의로 지연한 게 아니라며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오 처장 측은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오세용) 심리로 열린 직무유기 혐의 1차 공판에서 12·3 비상계엄 선포와 부장검사 인력 공백 등의 이유로 관련 수사가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현직 공수처장이 재판을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혐의를 받는 이재승 공수처 차장, 박석일 전 수사3부장검사과 채 해병 순직 사건 관련 수사를 방해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를 받는 김선규 전 수사1부장검사, 송창진 전 수사2부장검사에 대한 재판도 이날 함께 진행됐다. 이날 공판은 증인신문 전까지 중계가 허용됐다.
오 처장 측은 당시 12·3 비상계엄이 선포되며 후임 부장검사 임명 재가가 미뤄진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사건 처리가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며 고의가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오 처장 측은 "계엄이 선포되며 비상 상황이 됐고 공수처가 가지고 있는 사건 600건 중 송창진 전 공수처 2부장검사의 고발 사건을 먼저 처리할 동기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같은 혐의를 받는 이 차장 측도 혐의를 부인했다. 이 차장 측은 "상급자 입장에선 (보고를) 일단 경청할 수도 있고 당장 결단하기 어려운 경우 판단을 유보할 수도 있다"며 "상급자가 하급자 의견을 무조건 무시·묵살하고 자기 의견을 관철하라는 특검의 공소사실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류관석 채 해병 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 특검보는 "박 전 부장검사가 (송 전 부장검사의 고발 사건) 사건 배당 이틀 만에 문건을 작성해 (송 전 부장검사 고발 사건은) 아무 근거 없는 무고이며 직접 혐의없음 처분을 해야 하는 걸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단 취지로 이 차장에게 보고했고 이 차장은 이를 오 처장에게 보고했다"고 했다. 이어 "이 차장과 오 처장은 아무런 이견을 제시하지 않음으로써 이를 승인해 송 전 부장검사의 사건을 대검찰청에 통보하거나 이첩하지 않고 수사도 하지 않기로 공모했다"고 말했다.
오 처장과 이 차장, 박 전 부장검사 측은 이날 증인신문이 예정된 김규현 변호사 등에 대해 반대신문 사항이 없다며 변론 분리를 요청한 후 퇴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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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처장, 이 차장, 박 전 부장검사는 송 전 부장검사의 국회 위증 혐의 고발 사건을 공수처법에 따라 대검찰청에 통보하지 않고 수사를 고의로 지연했단 혐의를 받는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장이 공수처 검사의 범죄 혐의를 발견할 경우 이를 관련 자료와 함께 대검에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들이 대검에 통보하지 않은 송 전 부장검사 사건은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 고발사건이다. 송 전 부장검사는 지난해 7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채 해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로비 의혹에 연루된 사실을 같은달 10일까지 몰랐다고 증언했다.
이에 국회 법사위는 송 전 부장검사가 공수처에 오기 전인 2021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이 전 대표의 변호인이었음에도 이 대표에 대한 의혹을 몰랐을 리 없다며 지난해 8월 송 전 부장검사를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채 해병 순직 사건 수사 방해 혐의를 받는 김 전 부장검사와 송 전 부장검사 모두 이날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김 전 부장검사 측은 당시 공수처에 있던 채 해병 사건 수사팀에 총선 전 소환 조사를 하지 말라고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본인이 처장 대행 시기 가장 수사가 활발히 이뤄졌고 사건관계자는 아무런 제한 없이 소환됐다고 주장했다.
김 전 부장검사와 송 전 부장검사는 2024년 공수처 처장·차장 직무대행을 각 수행한 시기에 채 해병 수사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담당 수사팀의 소환조사를 방해하거나 추가 압수수색영장 청구 등을 막아 수사를 방해했단 혐의를 받는다.
류관석 채 해병 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 특검보는 이날 "송 전 부장검사와 김 전 부장검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해왔다"며 "채 해병 수사 외압 사건의 수사가 필연적으로 대통령에게 향할 수밖에 없단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총선을 앞두고 소환조사를 하면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총선 전 관련자를 소환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