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경기 안양 덕현지구 재개발 조합장 피소...'100억 규모 배임 혐의'

김성진 기자
2022.03.21 09:56
/사진=뉴시스

경기 안양 덕현지구 재개발 조합장이 100억원대 배임 혐의로 고소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안양 동안경찰서는 재개발 조합의 이모 조합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에관한법 위반(배임) 등 혐의로 수사 중이다.

경찰 수사는 조합원 4명이 지난해 12월 이 조합장을 배임 혐의로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이 조합장은 재개발 시공사가 창호 공사 발주금액의 절반만으로 저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나머지 절반은 이익으로 취한 사실을 알고도 이를 조합원들에 알리지 않고, 시공사를 상대로 계약 적정성 심사도 하지 않아 조합장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앞서 조합은 2020년 2월부터 시공사와 전반적인 공사 발주 계약 협상을 했다. 조합원 5명으로 구성된 협상단이 실질적인 협상을 진행했다.

협상단에 따르면 협상단은 창호업체로 대기업 L사를 원했다. 상대적으로 비싸지만 건물 외관에 보이는 창호는 향후 부동산 가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협상단과 시공사는 같은해 5월 L사 제품 견적을 토대로 창호 공사대금을 약 285억원으로 정했다. 9월29일에는 원도급 계약에 최종 조인하며 발주 금액을 확정했다.

안양 덕현지구 조감도/사진제공=안양시청

하지만 시공사는 원도급 계약을 확정하기 전인 같은해 6월 창호업체 3곳의 입찰을 받아 한 저가 창호업체 A사와 약 166억원에 하도급 계약을 체결한 상태였다. 원도급 공사대금 285억원 중 119억원(41.7%)은 고스란히 시공사의 이익금이 된다.

시공사는 계약 체결 사실을 8월10일 국토부건설공사정보시스템(국토부시스템)을 통해 이 조합장에 통보했다. 이 조합장은 이 사실을 조합원들에 알리지 않았다. 조합원들은 국토부 시스템에 접속할 권한이 없다.

조합원들은 창호 업체가 L사로 선정된 줄 알았다고 주장했다. 한 조합원은 "협상 기간 동안 조합과 시공사 양측이 각각 L사 제품 견적을 바탕으로 소요 비용을 논의했다"며 "조합장 주관 제품 설명회도 L사만 했다"고 말했다.

조합원들이 지난해 9월에야 창호 업체로 A사가 선정된 사실을 알고 문제제기하자 이 조합장은 '최저가 업체를 선정한 것뿐'이라 답했다. 익명을 요구한 조합원은 "최저가 업체를 원했다면 애당초 L사 견적으로 공사대금을 산출하지 않았을 것"이라 말했다.

조합장 "실제 공사비, 하도급 계약 금액 넘어가면 돈 더 내야"
안양 덕현지구 위치도./사진제공=안양시청/사진=뉴스1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수급인이 발주금액의 64%에 미달하는 금액으로 저가 하도급 계약을 맺는 경우 발주자는 '적정성 심사'를 할 수 있다. 계약이 과하게 부적절하면 해지도 요구할 수 있다. 덕현지구의 경우 하도급 창호 계약금액(166억원)은 도급 계약금액(285억원)의 58.2% 수준이다.

조합원들이 적정성 심사를 요구했지만 이 조합장은 거절했다. 이 조합장은 머니투데이와 통화에서 "적정성 심사는 국가기관만 할 수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현행법상 민간 발주자인 조합도 적정성 심사를 할 수 있다. 건설산업기본법 제 31조를 보면 발주자는 하수급인이 건설공사를 시공하기에 현저하게 부적당하다고 인정되거나 하도급계약금액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에 따른 금액에 미달하는 경우에는 하수급인의 시공능력, 하도급계약내용의 적정성 등을 심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도 적정성 심사를 할 이유가 충분하다는 반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모든 저가 하도급 계약이 부적절한 것은 아니지만, 공사 금액이 내려가면 부실시공이 이뤄질 확률도 상대적으로 올라간다"며 "심사를 통해 가려낼 필요는 있다"고 밝혔다. 공공기관은 저가 하도급 계약이 발생하면 현행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적정성 심사를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공사가 원도급 계약을 맺기 전 하도급 계약을 먼저 체결한 것에 관해서도 "건산법에 (계약 순서가) 명시된 것 아니다"라면서도 "하도급 계약은 원도급 계약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일반적이지 않은 계약 순서"라 말했다.

일부 조합원은 지난 7일에는 시공사를 상대로 법원에 '창호 공사를 중지하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서도 제출했다.

이 조합장은 시공사가 과도한 이익을 챙긴 것은 아니라고 해명한다. 그는 "시공사와 창호업체 간 하도급계약은 '총액계약'에 해당해 실제 공사비가 166억원에서 늘어날 수 있다"며 "도급 계약금액에서 창호 계약금액을 뺀 금액이 고스란히 시공사의 이익금이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시공사의 창호 하도급계약 소식을 조합원들에 알리지 않은 것이 아니다"라며 "조합원들이 묻지를 않았다"고 말했다.

덕현지구는 지난해 9월 이른 동바리(지지대) 철거로 공사 현장의 콘크리트 바닥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던 지역이다. 지난 1월에야 사건이 알려져 조합원들이 항의하자 조합장들은 '인명 피해가 없어서 알리지 않았다'고 답했다고 한다.

덕현지구는 2886 세대 규모로 재개발이 추진 중이며, 입주 예정일은 오는 2023년 11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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