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인 5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아동복거리에 밝은 표정과 가벼운 옷차림을 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상인들은 고개를 내밀어 사람이 늘어난 거리를 살폈다. 가게 안으로 옷부터 모자, 머리띠, 목걸이, 열쇠고리, 장난감까지 아동용 물품이 빼곡했다. 엄마와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의 손을 잡은 어린이들이 이 가게 저 가게를 넘어다니며 눈을 반짝였다. 어린이날 선물을 사러 왔다는 한 시민은 "코로나 때문에 외출을 하지 않다가 3년 만에 시장에 왔다"고 말했다.
6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남대문시장에는 수백여개의 아동복 가게가 줄지어 있다. 일상복뿐 아니라 명절에 찾는 한복, 장난감과 패션잡화까지 갖가지 물건을 판다. 코로나19(COVID-19) 영향으로 침체기를 맞았던 시장은 2년 만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고 '대목'인 어린이날을 맞았다.
이날 기자가 방문한 남대문시장은 코로나19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한 듯 보였다. 시장 상가들의 매출에도 눈에 띄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남대문시장에서 21년간 아동복 매장을 운영한 상인 A씨(60)는 "사람들은 많아졌지만 매출은 변하지 않았다"며 "어린이날을 맞아 물건도 평소보다 많이 들여뒀는데 마음처럼 장사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60대 상인 B씨도 "손님이 평소보다 조금 있다 뿐이지 장사가 잘 된다고 할 정도가 아니다"고 말했다.
시장 곳곳에는 '임대' 안내문이 붙은 채 닫혀 있는 점포도 보였다. 60대 상인 C씨는 "코로나 기간 동안 업종을 바꾸거나 아예 장사를 그만둔 사람들이 꽤 있다"며 "권리금을 많이 내고 들어왔고 장사를 하면서 재고가 계속 쌓이니까 어쩔 수 없이 장사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빚만 늘어가는데 다른 상인들도 사정이 비슷할 것"이라고 했다.
상인들이 속을 태우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거리에는 사람이 늘었다. 나란히 유모차를 끌고 가는 젊은 부부나 엄마와 함께 가게를 건너다니는 삼형제, 분홍색 공주풍 드레스를 입은 손녀를 데리고 가는 노부부도 보였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를 맞아 오랜만에 시장을 찾았다는 손님도 여럿이었다.
3세 아이의 손을 잡고 시장을 찾은 D씨(38)는 "평소에 시장에 자주 오지 않는데 맘카페에서 구경할 물건도 많고 시간 보내기 좋다고 해서 찾았다"며 "아이에게 원하는 물건을 직접 고르라고 해서 옷과 신발을 샀다"고 했다.
상인들도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A씨는 "아동복 장사는 어린이날을 기점으로 점점 매출이 늘다가 휴가철이 되면 꺾이고 그 이후로는 아예 안 된다"며 "이제 사회적 거리두기도 해제됐고 날도 풀렸으니 차근차근 까먹은 돈을 채워갈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이어서 외국인 단체관광객의 입국을 기다리는 상인도 있었다. 아동의류 매장을 40년째 운영한 60대 상인 E씨는 "남대문시장을 찾는 사람들 가운데 반절 정도는 외국인 관광객이었다"며 "도매는 몰라도 소매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와야 매출이 돌아올 거다. 코로나 동안엔 힘들었지만 앞으로는 잘 될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남대문시장이 코로나19 이후에도 관광 명소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정부의 관심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상인 C씨는 "이곳은 다른 전통시장과 다르게 지붕이 없어서 눈이나 비가 올 때는 장사가 힘든 불편함이 있다"며 "명동으로 찾아오는 관광객이 남대문시장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새 정부에서 많이 홍보를 해주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