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과일값 치솟을 줄 알았는데 다행"...가슴 쓸어내린 유통가

정세진 기자
2022.09.06 17:06
6일 오전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 가락과일 시장에서 경매가 진행 중이다. /사진=정세진 기자

"태풍이 일찍 지나가서 다행이야. 안동이나 나주를 지나갔으면 배값이 크게 올랐을 거야."

추석연휴를 나흘 앞둔 6일 오전.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 가락과일 시장. 사과와 배 경매가 11시30분에 시작한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자 상인들이 분주해졌다.

과일 경매장과 도매상인들의 점포가 모여 있는 축구장 12개 크기의 건물에 오전부터 사과와 배를 가득 실은 4.5t(톤) 트럭이 쉼 없이 들어오고 있었다. 명절을 앞두고는 새벽과 오후 경매 외에도 경매장에 공간이 생기는 대로 품목별로 상품을 내려놓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면 수시로 경매를 진행한다.

역대급으로 평가되는 슈퍼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추석 성수품 물가가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우려는 기우로 끝났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30분 기준 가락동농수산물시장에서 사과와 배의 경매가격은 전날 대비 소폭 떨어졌다. 사과(홍로) 5kg짜리 한상자는 전날 3만2973원에서 이날 2만7396원으로 떨어졌다. 배(신고)는 7.5kg에 3만459원 수준에서 이날 2만5869원으로 거래됐다.

경매에 참여한 도매상인들은 태풍이 예상보다 빠르게 한반도를 통과하면서 추석 차례상에 오를 배와 사과의 가격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새벽부터 명절을 앞두고 장수 영천 괴산 제천 충주 등 사과 산지에서 출발한 차들이 속속 서울가락시장 경매장으로 모여들었다. 배는 나주와 안동 세종 등 산지에서 올라왔다. 요즘이 배와 사과 공급이 연중 가장 많을 때다.

도매상인 김모씨는 "물량이 나온 것 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어제 출발한 차량들이 새벽에 도착했고 아침에 물건을 많이 못 내려 오전 11시 30분 경매를 준비 중"이라고 했다.

통상 추석을 앞둔 시점에 차례상에 올라가는 배(신고)와 사과(홍로)의 공급량이 가장 많다. 올해는 태풍이라는 변수가 생겼다. 역대급 태풍이 올라온다는 소식에 현지 농민과 경매사, 유통업자, 도매업자들은 낙수 피해를 예상했다. 낙수가 예상되면 가격은 오른다. 추석을 앞두고 수요가 늘어나는 시점이라 자칫 큰 폭의 가격 상승을 걱정한 도매상인들도 있었다.

하지만 11호 태풍은 사과와 배 산지에 큰 피해를 주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날 현지를 출발한 물량, 이날 현지에서 가락동시장으로 도착한 물량들이 풀리면서 사과와 배 가격은 이날 경매에서 전날 대비 내림세를 이어갔다.

도매상인 박모씨는 "태풍이 안동을 지나갔으면 배가격이 크게 올랐을 것"이라며 "배와 사과산지에 태풍 피해가 크지 않아 가격이 오르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6일 오전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 가락과일 시장에서 경매가 진행 중이다. /사진=정세진 기자

도매상인 정모씨는 "어제 비가 오면서 소매 상인들의 매출이 줄어서 우리도 물량 구입을 줄였다"며 "수요가 줄어 가격도 떨어진 것 같다"고 했다.

상인들은 이번 태풍이 상대적으로 비에 약한 포도 품질에 영향을 줬다고 말한다. 이날 샤인머스켓 경매에 참여한 한 도매상인은 "비가 내리면 과일이 약해진다"며 "특히 포도가 그렇다"고 했다. 그는 "오늘 들어온 건 벌써 날파리가 끼고 난리다"고 했다.

도매상인 이모씨는 "샤인머스켓 전체 물량의 10% 정도만 당도가 좀 나오는 것 같다"며 "올해 비가 많이 내려서 당도 높은 물건이 많지 않다"고 했다.

비를 맞은 포도는 하루 사이에도 상품가치가 급격히 하락할 수 있다. 도매상인 중에는 내일 새벽 경매에 더 좋은 물건이 공급되길 기다리며 이날 오전 샤인머스켓 경매에 참여하지 않은 이들도 있었다.

6일 오전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 가락과일 시장에서 판매 중인 사과. /사진=정세진 기자

이번 태풍은 택배로 선물세트를 파는 상인들에겐 큰 타격을 줬다. 택배사는 전날 추석선물세트 택배 접수를 마감했다. 제주도와 경상도 지역으로 보내는 물건은 접수하지 못했다.

도매상인 박모씨는 "이번에는 거의 서울과 경기 인근에만 택배를 보낼 수 있었다"면서 "지난해는 코로나19(COVID-19) 여파로 추석 대목에 판매를 거의 못 했는데 이번에는 태풍 때문에 택배 판매량이 줄었다"고 했다.

도매상인 황모씨는 "여기 쌓여 있는 배 29상자와 사과 28상자가 이번 추석 선물세트 마지막 물량"이라면서 "택배 접수를 못해 개인이 가지고 갈 수 있는 물건들만 남았다"고 했다.

6일 오전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 가락과일 시장에서 추석선물세트가 쌓여 있다. /사진=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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