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2시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의 장기주차장 P2 주차구역. 출입구 인근에 다가가 나도 똑같이 서 보았다. 이제는 고인이 된, 김모씨(당시 54세)가 서 있었던 그 자리에.
그는 4년 전 이 자리에서 주차 안내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근무 중 사고를 당해 숨졌다. 그게 2018년 1월 22일이었다.
그날 오후 5시 23분이었다. 김씨 뒤에서 돌연 버스가 덮쳐왔다. 승객을 나르는 순환셔틀버스였다. 그가 서 있던 건너편엔 버스 주차장이 있었는데, 거기 빨리 들어가겠다고 버스가 불법 후진한 거였다. 일방통행이라 한 바퀴 돌아 들어오면 시간이 더 걸린다고. 막무가내 후진에 사람이 치였다. 10m를 사람이 끌려간 뒤에야 버스가 멈췄다. 김씨는 사망했다.
그해 3월, 가해자인 셔틀버스 기사 홍모씨(당시 58세)는 해고됐다. 인천국제공항공사 협력사인 인천공항운영서비스 직원만 처벌받았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대해선 아무런 감사도 없었다. 감사원도, 국토부도, 자체적인 감사도. 그렇게 그 일은 마무리됐다.
4년 9개월 만에 그 사고 현장에 와본 거였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신진영 비서관에게 제보를 받았다. 신 비서관은 이렇게 말했다. "뭐가 변했나 싶어 현장에 가봤습니다. 여전히 '플라스틱 바리게이트'가 전부였습니다. 거기 서보니 참 두렵고 떨리더라고요."
직접 가서 확인해보니, 그의 말대로였다. 사람이 숨진 자리에 서봤다.
교통안내원의 근무 초소 뒤쪽엔 '안전봉'만 둘러져 있었다. 그 초소 안에서 근무한다고 상상해봤다. 또다시 버스가 안전지대를 침범해 초소로 돌진한다고 생각해봤다. 막아줄 게 '안전봉' 밖에 없었다. 아찔했다. 온몸에 힘이 들어갔다.
근무초소 앞쪽에도 서봤다. 내 앞엔 '플라스틱 바리게이트'가 놓여 있었다. 그 바리게이트엔 '근무자 보호용'이란 말이 쓰여 있었다. 또다시 떠올려봤다. 내가 서 있는 여기로, 어떤 차량이 돌진한다면.
이걸로 정말 난 살아날 수 있는 걸까. 그때 떠오른 게 있었다. 신 비서관이 건넨 또 다른 사진엔, 그 플라스틱 바리게이트를 최근에 차량이 박아 부서지고 넘어진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설명에 따르면, '플라스틱에 물이 채워져 있는 바리게이트'라 했으나, 그걸로도 차량이 와서 박았을 때, 보호하기 충분치 않단 건 전문가가 아녀도 쉬이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누군가 버스에 치여 숨진 자리에서 4년 넘게 교통안내원이, '플라스틱 바리게이트'를 믿고 근무했다. 사람이 사망했는데도 방호벽을 '플라스틱'으로 설치해 뒀다.
인근의 P1 장기주차장 구역도 비슷했다. 거기도 근무초소와 '플라스틱 바리게이트'가 설치돼 있었다. 혹여나 일어날 수 있는 사고에 취약한 건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무척 견고해 보이는, 차량이 와서 박아도 끄떡없을 것 같은 '콘크리트 방호벽'이 세워진 곳도 있었다. 건너편 P3 주차구역으로 건너가니, '요금 정산소' 주변엔 '콘크리트 방호벽'으로 단단히 막혀 있었다. 요금을 안 내고 달아나는 차를 막기 위해 세워둔 거였다.
신 비서관도 그 역설적인 광경을 직접 봤단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주차장 입구에서, 고객을 위해 일하는 근무자 앞에는 플라스틱 바리게이트를 세워놓고요. 주차장 출구에서 도망가는 차량을 막기 위한 곳에는 콘크리트 바리게이트를 세워둔 현실이 마음 아팠습니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등에서 서면 질의를 하고, 문제를 지적한 뒤에야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사망 사고가 일어난 장소에서의 교통안내원 근무를, 전면 '인도 근무'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김균성 인천국제공항공사 교통서비스 팀장은 "기존에는 차도와 인도 근무를 함께 했는데, 앞으론 근무 자체를 차도에서 못 하도록, '인도 근무'로 바꾸기로 했다"고 했다. '인도 근무'가 인도 위에 올라와서 근무하는 거냐 재차 확인하니, 김 팀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또 기존에 주차장 출입구에 놓여 있던 '플라스틱 바리게이트'도 전부 빼고, 이를 모두 '콘크리트 방호벽'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신 비서관은 "사고가 일어나면 '그때 한순간만 피하자'는 생각으로 대처를 해서, 실질적 조치가 이뤄져 있는지 주기적으로 확인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확인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