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전 9시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공영주차장 상부 공원. 반려견과 산책하던 한 시민이 공원 구석에 검은색 배변 봉투를 놓고 사라졌다. 이 곳에 5시간 만에 20개가 넘는 배변 봉투가 수북이 쌓였다. 공원을 찾은 아이들은 배변 봉투를 보고 "이게 뭐냐"며 얼굴을 찡그리고 두 손으로 코를 막았다.
동물보호법 제16조에 따르면 견주들은 산책을 하면서 생기는 배설물을 즉시 수거해야 한다. 대변은 예외없이 모두 수거해야 하고 소변은 의자나 계단, 엘리베이터 등 공용시설 위에 배설한 것에 한해 치워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에 따라 5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는 반려견의 배설물을 집에 가져간 뒤 일반 쓰레기로 처리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다만 권고 사항일 뿐 의무는 아니다.
견주들이 이 공원에 배변 봉투를 무단투기하게 된 것은 지난달부터다. 마포구청이 공원 내 쓰레기통을 모두 없앴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종량제 시행 이후 공원에 쓰레기통을 두지 않는 게 원칙"이라며 "집에서 가져온 생활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 때문에 일부 남아있던 쓰레기통도 없애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내 25개 구에서 관리하는 공원들은 모두 상황이 비슷하다.
견주들은 불편을 호소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000만명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는 만큼 종합적이고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7년째 반려견을 키우고 있는 20대 양모씨는 "한 손으로는 반려견 목줄을 잡고 다른 손으로 배변 봉투를 들고 있으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라며 "원래 있던 쓰레기통이 없어지니 무단 투기가 자주 발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쓰레기통 문을 여는데 일정 금액을 지불하는 기계를 개발해 각 공원에 비치해 둬도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40대 여성 오모씨는 "배변 봉투를 버릴 곳이 너무 없다"며 "쓰레기통을 찾아 3~4㎞를 헤맨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견주 정모씨는 "매일 산책하는 견주들은 산책 코스에서 배변 봉투를 어디에 버릴지 계획한다"며 "하루아침에 쓰레기통이 사라지니 사람들이 쓰레기통이 있던 자리에 배변 봉투를 버리기 시작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지자체는 공원에 반려동물 배변 수거함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경기 광주시는 지난해 10월 근린공원, 공공놀이터, 산책로에 배변 수거함을 설치했다. 우체통처럼 밀폐된 붉은 수거함에 산책 도중 생긴 배변 봉투를 버리면 된다. 경기 고양시·파주시도 2021년부터 공원에 배변 수거함을 설치하고 배변 봉투까지 비치했다.
그러나 서울시내에서 이 같은 배변 수거함을 찾아보기란 하늘에 별 따기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나 구 차원에서 배변 수거함을 설치해 운영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배변 수거함을 설치할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배변 봉투는 견주가 수거해 집에 가져다 버리는 것이 원칙"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