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만에 3월 폭설..모든 도로 마비되고 27시간 고립[뉴스속오늘]

채태병 기자
2023.03.04 06:00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지난 1월 경북 울릉도에 내린 폭설로 도로와 차량이 모두 눈에 덮인 모습.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사진=뉴시스

19년 전(2004년) 3월 4일, 대전과 충청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기록적인 폭설이 시작됐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쉬지 않고 내리던 눈은 3월 6일까지 이어졌다.

3월 5일에는 대전에서만 49㎝라는 충격적인 적설량을 보였다. 당시 충청·경북 지역에도 10~40㎝의 많은 눈이 내렸고, 이는 1904년 기상청이 관측을 시작한 이래 역사상 최대의 3월 적설량 기록이었다.

이 어마어마한 폭설로 중부지방의 모든 도로가 마비됐다. 경부고속도로는 27시간 이상 차량 통행이 불가능했고, 고속도로에 고립된 사람들은 식량과 물을 헬기로 공급받아 연명하는 상황에 놓였다.

행정안전부 기록정보에 따르면 당시 폭설로 인한 재산피해는 총 6734억원(사유시설 6620억원, 공공시설 114억원)에 달했다. 지역별 재산피해 규모는 △충남 3526억원 △충북 1918억원 △대전 670억원 △경북 617억원 등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2만5145명(7117세대)에 달하는 이재민도 발생했다. 이재민 규모는 충남(1만3196명), 충북(9653명), 경북(1761명), 대전(535명) 순이었다.

역대급 폭설이었던 만큼 내린 눈을 모두 치우는 데 무려 일주일이란 시간이 소요됐다. 정부는 자연재난으로 인한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했고, 총 8827억원의 복구 비용을 지원했다.

지난 1월 폭설이 내린 강원 평창의 대관령순환도로에서 극심한 차량 정체가 빚어지고 있는 모습.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사진=뉴스1

고속도로서 벌벌 떤 운전자들, 집단 소송 제기

폭설로 27시간 이상 경부고속도로에 갇혔던 차량 운전자 244명은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집단 손해배상 소송을 추진했다.

당시 경부고속도로에 고립됐던 인원은 1만9000여명(차량 9800여대)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대전·충남 지역의 주민 244명이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1인당 200만원 규모의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

1심과 2심 재판부는 "한국도로공사는 고속도로의 관리상 하자 때문에 발생한 고립 사건으로, 원고들이 입은 육체적·정신적 손해를 배상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한국도로공사의 불복으로 이 건은 대법원까지 갔고, 결국 4년 뒤인 2008년 3월 원고 승소 판결을 한 원심 확정으로 길고 긴 재판이 마무리됐다.

손해배상금은 고립 시간에 따라 차등으로 책정됐다. △12시간 미만은 35만원 △12시간 이상, 24시간 미만은 40만원 △24시간 이상은 50만원이었다. 다만 여성이거나 70세 이상 고령자, 미성년자에게는 10만원을 더 줘야 한다고 결정됐다.

대법원은 "피고(한국도로공사)는 고립 사건 당시 교통 정체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고, 즉시 차량의 추가 진입을 통제하는 등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며 "하지만 안일한 태도로 고립 사태를 야기했다"고 판시했다.

한겨울도 아닌데…3월 폭설 이유는?

기상청은 3월에 많은 눈이 내리는 것은 남서쪽에서 들어오는 따뜻한 기류와 북쪽에서 내려오는 차가운 기류가 만나 대기가 불안정해지는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기 불안정으로 인해 구름층이 두껍게 형성되고, 이로 인해 기온이 떨어지면 대량의 눈이 만들어져 내린다는 것.

또 지구온난화도 3월 폭설에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고 했다. 지구가 따뜻해지면서 대기 에너지가 많아지고, 찬 기류와 더운 기류의 대립 강도도 세지면서 폭우와 폭설 가능성이 높아지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시기적으로 시베리아 고기압에 동반된 매우 찬 공기가 한반도 상공으로 접근해 오면, 상하층 대기 온도 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우리나라 하늘에서 자체적으로 눈구름대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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