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66년만에 폐지…보완입법은 아직도 미완[뉴스속오늘]

김성휘 기자
2023.04.11 05:50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2022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낙태죄 폐지 1년 4.10공동행동-모두에게 안전한 임신중지가 보장될 때까지'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참가자들은 낙태죄가 공식적으로 법적 효력을 상실했음에도 정부와 국회가 관련 법·제도를 만들지 않은 채 방치하고 있다며 유산유도제 도입, 임신중지 의료행위에 건강보험 적용, 재생산 및 성에 관한 건강과 권리 포괄적 보장을 촉구했다. 2022.4.10/뉴스1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형법 제269조 1항)

2019년 4월11일. 형법 일부 조항 이른바 낙태죄가 헌법 불합치 결정을 받는다. 헌법재판소는 낙태한 여성을 처벌하는 형법 269조 1항, 낙태수술을 한 의사도 처벌토록 하는 270조 1항에 대해 모두 헌법 불합치로 결정했다.

헌법재판관 9명은 두 조항에 대해 위헌 3명, 헌법불합치 4명, 합헌 2명으로 엇갈렸다. 이에 시한을 정해 현행법을 적용하는 '잠정적용 헌법불합치'로 결정했다.

헌재는 2020년 말까지 관련법을 개정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법률은 개정되지 않았고 2021년 1월1일을 기해 기존 조항이 사문화됐다. 1953년에 형법이 제정될 때 낙태가 '범죄'로 규정된 지 66년 만이다.

이 같은 헌재 결정 후 4년이 지났지만 임신중절을 둘러싼 논란은 진행형이다.

한 차례 현행유지 결정…7년후 '불합치'

낙태죄는 형법과 모자보건법 등에 담겨있다. 모자보건법의 경우 건강상 이유 등 엄격한 예외를 정해 이때만 인공적인 임신중절 수술을 인정한다.

낙태죄가 불합리하다는 지적은 2000년대 이후 꾸준히 제기됐다. 자기결정권과 생명권 논쟁은 치열하다. 생명권의 경우, 태아를 언제부터 사람으로 보느냐는 쟁점도 존재할 것이다.

원치않은 임신이라 해도 낙태죄가 오로지 여성에게만 '임신 이후'를 책임지운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기존 형법은 아이를 함께 잉태시킨 남성은 낙태죄 처벌 대상으로 두지 않았다.

이에 낙태죄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헌재는 2012년 8월23일, 찬반 4대 4의 동률을 기록했다. 재판관 정원 9명 중 한 명이 부족한 가운데 동수가 나왔으므로 합헌으로 결론났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2019년 헌법 불합치가 결정된다.

당시 결정은 2016년 불붙은 시위가 촉발한 면이 있다. 정부는 모자보건법상 허용조건이 아닌데 임신중지 시술을 한 의사의 자격정지 기간을 12개월로 늘리는 방침을 내놨다. 그러자 이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임신중지 합법화'를 요구했다. 헌법소원도 다시 제기됐고 2019년 4월11일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논쟁 치열…'입법' 주문했는데 아직도 잠잠

낙태죄에 대해서는 쟁점이 다양하고, 각 쟁점별로 존치냐 폐지냐 찬반은 지금도 팽팽했다. 자기결정권과 생명권의 대립이 대표적이다. 경제적 사유로 인한 때, 임신으로 산모가 위독한 경우 어떻게 하는 게 옳으냐는 논쟁 등이다. 낙태가 도덕적으로 옳으냐와 낙태죄가 법리에 맞느냐는 별개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낙태죄 위헌'이라고 할 때는 불법적인 임신중절을 가리킨다. 합법적 임신중절도 있다. 구체적으로 '모자보건법'은 △본인·배우자가 유전학적 장애가 있는 경우 △본인·배우자가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에 의해 임신한 경우 △혈족·인척 간 임신된 경우 △본인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는 경우 임신중절을 인정한다.

의료법, 약사법, 국민건강보험법 등에도 낙태와 관련된 조항이 있다. 이들 조항을 고치는 개정안이 19개 가량 발의됐음에도 모두 국회에 계류 중인 걸로 파악된다.

임신중단을 보편적 권리로 요구하는 쪽에선 정부가 아직도 안전한 임신중단을 보장하는 법제도를 만들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인터넷 등을 통해 이른바 낙태약을 구할 수 있지만 약품 안전성을 신뢰하기 어렵고 자칫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로 vs. 웨이드' 판결 뒤집은 美 혼란

낙태지지시위

한편 임신중절은 미국에서도 선거 판도에 영향을 줄 정도로 강력한 정치사회 이슈가 됐다.

1970년 텍사스의 한 여성이 성폭행을 당해 임신했다. 그는 임신중절을 원했지만 그가 살던 텍사스주의 법률은 "임신부의 생명이 위험한 게 아니면 임신 중단을 할 수 없다"고 돼 있었다. 이 여성은 "텍사스 주법이 미국 헌법에 위배된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제인 로'라는 가명을 썼다.

1973년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은 찬성 7대 반대 2였다. 낙태의 권리가 미국 헌법에 기초한 '사생활의 권리'에 포함된다며 제인 로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 판결은 원고의 이름과 피고 측 텍사스주 검사장이던 '헨리 웨이드'의 이름을 따 '로 대 웨이드' 판결로 불린다.

그로부터 49년이 지난 지난해 6월 24일 미 연방대법원은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했다. 그간 미국 어디서든 임신 중단권은 법적으로 보장됐는데 그 결정권은 각 주에 넘어갔다.

미국 남부 등 정치적으로 보수 성향을 띠는 지역에서 임신중절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제도가 등장하고 있다. 아이오와주는 지난달 낙태약(임신중단약)을 불법화하는 조치를 내렸다. 주 정부 가운데 처음이다.

미 하원은 지난 1월 다수당인 공화당 주도로 임신중절에 반대하는 취지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 민주당은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선전했는데, 대법원의 결정에 반발한 지지층이 결집한 것도 한 배경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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