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과 정책[기고]

박정관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겸 호서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2023.04.17 05:00
박정관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겸 호서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디지털 전환' 은 영어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이라고 하면 이제 구닥다리처럼 보인다. 벌써 십여년 전 '지상파방송의 디지털 전환'이라고 했기 때문인지 사람들은 이 용어에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디지털 대전환'이라고도 했는데 그마저도 이제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DX 혹은 DT라고 적어야 최신 버전처럼 보인다. 하지만 용어를 어떻게 쓰든지 간에 디지털 전환이 일어나고 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충분히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흔히 디지털 대전환은 '디지털 기술'을 통해 기업의 전반, 즉 조직, 프로세스, 비즈니스 모델 등을 변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Digitally Transform'을 하는 것이다. 실제로 현실에서는 디지털 기술을 가진 ICT 기업(AI· 클라우드·5G 등)이 그것을 필요로 하는 수요 기업에게 그 기술을 팔고 수요 기업들은 그것을 장착해서 자신의 비즈니스 역량을 키우는 것으로 나타난다. 정부는 보통 이들이 디지털 전환을 잘 이룰 수 있도록 디지털 기술 기업과 수요 기업에 각각 국가 예산을 일정 부분 지원한다.

필자는 이 관계에서 한가지 요인, '국민(소비자)'을 추가해서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 국민(소비자)은 디지털 기업이나 수요 기업에서 근로자로 일하기도 하고, 그들이 만든 상품을 소비하기도 한다.

집 앞에 가끔 들르는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다. ICT 기술이 그동안 있던 구멍 가게를 'Digitally Transform'해 무인 가게로 만들었다. 이 가게가 비용을 들이면서 변신을 꾀한 이유가 뭘까? 우리 동네 사람들을 염두에 두기 때문이다. 동네 사람들은 더 저렴한 가격에 아이스크림을 살 수 있는 또 다른 선택지를 원한다. 이렇게 하면 앞서 언급한 수요 기업이 무엇 때문에 비싼 돈을 들여 DX를 하려고 하는지 명확해진다. 기업은 전략적 측면에서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러면 정부는 DX를 충분히 알고 있는가? 과기정통부·방통위 등 ICT 부처뿐 아니라 산자부·농림부 등 중앙정부와 여러 지방정부가 경쟁적으로 DX를 위해 자기가 관할하는 디지털 기술기업과 수요 기업에 국가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DX 덕분에 효율은 올라가고 선택의 기회도 늘어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최근 생성AI 덕분에 전 세계적으로 생산성이 7% 늘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정규직 일자리 3억 개가 없어질 것이라고도 했다. DX를 한 어떤 기업의 상품은 서서히 가격이 오르고 선택지를 줄여 놓기도 한다. DX가 필요 없다거나 혜택이 없다는 주장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반대 입장에서도 얘기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DX의 여파가 대다수 국민(소비자)들에게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면 정책의 명분이 없지 않은가?

독일 경제기후행동부는 작년 12월 DX에 있어서 사회 전체가 이익을 보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영국의 방송통신규제기관 오프콤은 최근 클라우드 사용에 있어 높은 전환 비용, 상호운용성 부족, 업체 종속 등의 문제를 '관리'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국민이자 소비자인 사람을 염두에 두면서 DX를 체계적으로 '관리'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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