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부당이득에 최대 2배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 등을 담은 '자본시장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위헌 논란에 부딪혔다. 양형의 핵심적인 기준이 되는 부당이득 산정 방식을 법률 조항으로 정하지 않고 대통령령에 위임하면서 '포괄 위임 입법 금지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논란이 되는 조항은 개정된 자본시장법에 신설된 제442조 2항이다. 해당 조항은 법률 위반 행위로 얻은 총수입에서 총비용을 뺀 금액을 부당이득으로 규정하면서 개별 법률 위반 행위의 유형별 구체적인 산정 방식은 대통령령(자본시장법 시행령)으로 정한다고 명시했다.
법률전문가들은 이처럼 형벌 부과 기준을 시행령으로 규정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위임 입법의 허용 범위를 벗어나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부당이득이 행정 처분의 일종인 과징금 부과 기준으로만 쓰인다면 구체적인 산정 방식을 대통령령에서 규정하도록 위임해도 크게 문제되지 않지만 형벌은 신체의 자유를 구속하는 형벌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대통령령에 위임할 수 없다는 얘기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부당이득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경우 징역 3년 이상, 부당이득이 50억원 이상일 경우 무기 또는 징역 5년 이상의 중형에 처해진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형법)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형벌에 관한 것은 시행령이 아닌 법률에 명시해야 한다"며 "법률 개정이 만만찮으니 국회가 쉬운 길을 택한 듯한데 헌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있는 소지가 크다"고 밝혔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헌법)도 "개정 자본시장법에서 산정방식을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은 포괄 위임 입법 금지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법원행정처도 지난 6월 국회에 보낸 '자본시장법 일부개정안 관련 수정안 검토' 문건에서 같은 취지로 우려를 표했다. 법원행정처는 "헌법재판소 결정(94헌마213)에 따라 긴급하거나 미리 법률로 자세히 정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경우 형벌의 종류와 상한 등을 명확히 규정하는 것을 전제로 위임입법이 허용되지만 부당이득액의 구체적 산정방식 등 변수를 대통령령으로 위임하는 것이 이런 경우인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또 "산정 방식에 따라 정해지는 형벌의 종류나 폭이 매우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죄형법정주의에 반하지 않는다고 확신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법조계 한 인사는 "내년 1월 법이 시행되면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개정 자본시장법에서 부당이득을 주가조작 등 법률 위반 행위로 얻은 총수입에서 총비용을 뺀 차액으로 규정한 것도 형사법 체계가 허용하지 않는 '추정 규정'을 명문화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형사법은 입증이 필요한 사실을 법률적으로 추정하거나 간주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대법원이 그동안 주가조작 등의 사건에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제3자 개입이나 시장 상황 등 범죄와 무관한 요인으로 오른 주가 변동분을 뺀 액수만 고려해 부당이득을 엄격하게 산정해 판결했던 것도 추정·간주 금지 원칙 때문이다.
금융사건 전문인 김정철 법무법인 우리 변호사는 "법 조항에 '차액이 부당이득'이라고 명시하면서 인과관계가 없는 금액까지 부당이득으로 추정돼 들어갈 수 있게 된 것"이라며 "우리 법체계에서 무죄추정주의·실체진실주의·자유심증주의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