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재판 어쩌나…수장 공백에 멈춘 대법원, 국가 사법 기능 제동

정경훈 기자
2023.10.06 15:39

[MT리포트-사법 공백 유감]②

대법원/사진=뉴스1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6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면서 대법원 전원합의체 심리와 선고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사건에 대해 대법원장이 재판장을 맡고 대법관 3분의 2 이상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 심리와 판결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국가 사법 기능에 제동이 걸렸다는 얘기가 나온다.

대법원은 지난달 24일 김명수 전 대법원장 퇴임 이후 논의를 통해 최근 대법원장 권한대행 체제에서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내부적으로 정리했다. '현상 유지'로 제한되는 대법원장 권한대행이 어디까지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를 두고 명확한 규정이 없는 만큼 판결의 신뢰성을 고려해 사건 심리와 선고를 늦추겠다는 것이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권한대행체제에서 판결해도 큰 문제는 없겠지만 판결 후 일부 사건 관계자들이 헌법재판소를 통해 판결 효력을 문제 삼을 수 있다"며 "이런 논란을 피하기 위해 상황을 지켜보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달 김명수 전 대법원장 퇴임 직전 선고된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현재 전원합의체에 회부, 심리 중인 사건은 5건으로 집계된다. 대법원은 일반적으로 매달 한차례 전원합의체를 열고 판결을 선고한다. 대통령의 새로운 대법원장 후보자 지명과 국회 인사청문회, 국회 본회의 임명 동의안 표결 등의 절차를 감안하면 이달 전원합의체 선고는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이다.

문제는 대법원장 공백 사태가 길어질 경우 현재 심리 중인 사건 외에도 전원합의체에서 다룰만한 사건이 줄줄이 밀릴 수 있다는 점이다. 대법원 판례를 기다리는 하급심 판결도 영향권에 놓인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원합의체 회부된 사건과 비슷한 사건을 맡은 하급심이 새 법리 도출 가능성 등을 고려해 대법원 결론까지 판결을 미룬 경우가 많았다"며 " 법원의 최대 문제로 꼽히는 재판 지연 사태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사법부 인사권자인 대법원장 공석 기간이 길어지면 보통 2월 단행되는 법관 인사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판사 출신의 또다른 변호사는 "권한대행체제에서도 매년 정기적으로 해온 인사는 단행하겠지만 법원행정처 심의관 등 위원회를 거쳐 선발되는 인사는 또다른 문제"라며 "권한대행이 단순 전보 인사를 넘어선 인사권을 행사하는 게 바람직하냐를 두고 논란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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