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발전하는데 법도 판례도 뒷짐만…디지털 증거 위법여부 제각각

조준영 기자
2023.11.06 16:11

[조준영의 검찰聽]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과거 증거의 왕이 '자백'이었다면 이제는 디지털정보가 그 자리를 대체했다. 디지털은 우리가 어딜 가고 무엇을 검색하고 어디에 돈을 썼고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있다. 디지털정보는 단순히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얘기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이메일을 보는 것도 스마트폰이 아닌 클라우드에 저장된 정보를 잠시 불러오는 것이다. 스마트폰은 단순 전달자로서 기능만 한다. 범죄를 입증하기 위해 수사기관은 이 형체가 없는 '디지털정보'를 확보하는 게 최우선이지만 번번이 '위법' 논란에 휩싸인다. 법령과 판례가 구체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에는 2011년 7월 디지털증거 압수수색 규정이 신설됐다. 법원은 압수의 목적물이 컴퓨터용디스크,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정보저장매체인 경우 기억된 정보의 범위를 정해 출력하거나 복제해 제출받아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이후 12년이 흘렀지만 압수수색 대상과 범위를 놓고 통일된 기준이 없다고 수사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만으로 휴대전화에 연결된 서버자료를 압수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은 지난해 6월에서야 처음 나왔다. 당시 대법원은 단순히 압수수색영장에 적힌 '압수할 물건'에 원격지 서버정보를 특정하지 않아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몰카범죄 피의자 소유의 휴대전화에 자동로그인된 구글클라우드에서 추가 발견된 불법촬영물의 증거능력을 인정할지 여부 등 다른 쟁점에 대한 판단은 빠졌다.

이밖에도 영장에 클라우드 계정의 로그인정보, 접속방법 등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되는지, 디지털 정보가 한 곳이 아닌 여러 서버에 분산저장돼 있을 경우 어떻게 압수수색을 해야하는지 등에 대해 명쾌한 기준을 내놓은 판례나 연구들도 찾아보기 어렵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압수수색으로 얻은 디지털 자료의 증거능력을 놓고 관련 사건별, 법관별로 결과가 제각각이다. 포렌식업무를 수행하는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게 법치주의냐, 법관주의냐"는 말까지 나온다.

압수수색 영장에 죄명과 압수할 물건, 수색할 장소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하는 것은 기본권 침해를 막기 위해서다. 압수수색은 범죄 관련성을 따져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현실적으로 디지털 증거는 전자정보매체, 클라우드 등을 모두 수색해 범죄관련 정보를 선별하는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고 수사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최근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되는 내용이 길어지는 것도 같은 이유다. 압수수색 장소에 있는 핸드폰, 노트북 뿐만 아니라 해당 매체와 '연결할 수 있는' 텔레그램, 구글클라우드 등 서비스를 열거하는 식이다. 매체를 포렌식해 특정 서비스를 이용한 것이 확인되면 관련 데이터를 끌고오기 위해 수사기관이 고안한 방법이다. 만약 클라우드를 생각하지 못하고 휴대폰, 노트북 압수수색 영장만 발부받았을 경우 지난해 대법 판례에 따라 클라우드 정보수집은 불법이 된다.

검찰 관계자는 "그동안 이만큼 혼선을 빚었다면 디지털증거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증거법 등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법은 예측 가능해야 하지 않냐. 법이 기술발전을 못 쫓아가다 보니 수사기관들은 지금 데이터들을 다 놓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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