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를 치던 범죄조직이 또 다른 사기 범죄로 옮겨가고 있다. 보이스피싱 범죄 단속이 강화되고, 범죄 행각을 벌이기 위한 비용이 커지면서 '로맨스 스캠'(연애 빙자 사기), 투자 리딩방 사기 등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범죄 양상의 변화로 범죄조직의 본거지가 중국에서 캄보디아로 이동한 모습도 포착된다.
23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해 8월 중국 공안부와의 공조로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 등 4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이들은 '김○○파'로 불리는 범죄조직으로 2017년부터 검찰청, 금융감독원 등 공공기관을 사칭해 약 1511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중국 항저우 등에서 활동했으며, 단일 조직으로는 역대 최대 보이스피싱 사기를 쳤다.
사건을 담당하던 충남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이들을 수사하던 중 주요 피의자 한국인 A씨(30) 이름을 로맨스 스캠, 리딩방 사기 관련 사건에서 발견했다. 수사 결과 A씨는 2023년 1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중국 다롄에서 보이스피싱을 일삼으면서 캄보디아를 여러 차례 오간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에서는 보이스피싱을, 캄보디아에서는 리딩방 사기에 가담한 것이다. 현재 A씨는 중국 공안부에 검거돼 중국에서 재판받고 있다. 경찰은 A씨의 송환을 기다리고 있다.
이처럼 중국에서 활동하던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기반을 옮기는 경우가 늘고 있다. 환전이 손쉬운 캄보디아 환경을 리딩방 사기에 악용하기 위해서다. 캄보디아 수도인 프놈펜에서는 대부분 식당에서 가상자산을 사용한 QR코드 결제가 가능할 정도로 가상자산 실사용이 대중화됐다. 범죄조직은 리딩방 사기로 얻은 부당 이익을 가상자산으로 바꾼 뒤 다시 달러로 바꾸는 '돈세탁' 수법을 쓴다.
한국 경찰과 중국 공안의 협력으로 중국에서 보이스피싱을 벌이기 어렵다는 점 역시 캄보디아로 본거지를 옮기는 이유 중 하나다. 경찰에 따르면 중국 공안과 가장 많은 협력이 이뤄지는 분야가 보이스피싱이다. 중국 역시 보이스피싱 피해가 극심한 점이 공안의 협조를 끌어낼 수 있는 배경이다. 중국의 경우 보이스피싱 범죄에 사형까지 구형할 정도로 엄단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앞서 윤희근 전 경찰청장은 지난해 5월 중국 공안부 본부에 방문해 왕샤오훙 중국 공안부장을 만나 치안 총수 회담을 가진 바 있다. 당시 윤 전 청장과 왕샤오훙 부장은 마약, 보이스피싱 등 초국경 범죄에 공동 대응을 약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범죄 건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로맨스 스캠, 리딩방 사기가 늘고 있다"며 "제3자로부터 관심을 끄는 문자나 링크, SNS 메시지를 받았을 때는 일단 멈추고 사기가 아닌지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이스피싱 사기, 예방만이 최선! 늘 의심하고, 꼭 전화 끊고, 또 확인하고!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했다면 경찰청(112), 금감원(1332), 금융회사(콜센터)에 피해 신고와 지급정지를 요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