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피싱 피해금이 대학 등록금 계좌로?… 불법세탁 범죄 성행

김미루 기자, 박수현 기자
2025.02.25 16:49

중국 불법 환전소 통한 범죄 수익금 세탁 범죄에 대학등록금 계좌 악용

중국 불법 환전소를 통한 피해금 세탁.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대학 등록금 납부 시기를 맞아 등록금 계좌를 범죄 수익금 세탁에 악용하는 신종 범죄가 성행한다. 중국내 불법 환전소가 유학생으로부터 받은 현금을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에 주는 대신 보이스피싱 피해금으로 국내 대학의 등록금을 납부하는 방식이다. 결과적으로 보이스피싱 피해금이 대학 등록금 계좌로 흘러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대학도 이를 파악하고 유학생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피싱 피해금이 대학교로?…추적 비웃는 신종 세탁법

2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중국인 유학생 A씨는 지난달 중국의 한 불법 환전소에 등록금을 대리 이체해달라고 의뢰했다. 중국인 유학생이 국내 대학에 등록금을 내려면 위안화를 원화로 바꿔야 하는데 환전 수수료를 아끼기 위해서 불법 환전소를 이용한 것이다.

중국 불법 환전소는 등록금 명목으로 받은 현금을 대학교 가상계좌로 보내지 않고 보이스피싱 조직에 보냈다. 불법 환전소가 운영하는 대포통장에 들어온 보이스피싱 수익금만큼 정산해주는 차원에서다.

대신 대포통장에 들어온 보이스피싱 수익금 중 일부를 중국인 유학생 A씨의 국내 대학교 등록금 가상계좌로 이체했다. 보이스피싱 수익금이 흘러들어간 대학은 1곳이 아니라 여러 곳으로 나타났다. 입금 전용인 가상계좌의 경우 학생 본인이 아니어도 누구나 입금할 수 있는 점을 악용했다.

국내 한 대학교 외국인유학생지원센터가 학생들에게 중국어와 한국어로 공지한 '중국 유학생, 불법 환전상 환치기 금지 안내문'. /사진=독자제공.

이런 식으로 불법 자금 세탁이 이뤄지면 보이스피싱 범죄 수사는 더욱 어려워진다. 환전소 이후 피해금 추적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학들도 등록금 계좌의 범죄 악용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 일부 대학에서는 계좌가 지급정지되는 일도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매학기 관련 공지로 유학생들의 주의를 당부하고 있지만, 불법 환전소 이용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한 대학은 "알리페이를 통해 위안화를 이체하고 불법 환전상에게 본인의 등록금 가상계좌로 원화를 송금해달라고 요청해 대학 계좌가 지급정지 되는 사례가 수차례 발생했다"며 "불법 사설 환전소를 이용해 이체하지 말아달라"고 공지했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지난 10일 관련 사건 3건을 이송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대포통장 내역을 보기 위해 영장을 발부받은 상태다. 경찰은 조사를 거쳐 A씨에게 대리 이체를 의뢰받은 중국 불법 환전소와 환전소에서 자금을 세탁한 보이스피싱 조직을 각각 외환거래법 위반과 사기 혐의로 추적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조직이 많이 사용하는 피해금 세탁 방법"이라며 "돈을 받아 간 보이스피싱 조직과 환전 대포통장을 운영한 사람이 누군지 양쪽으로 수사가 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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