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정책실장 처음" 모두가 그의 페북 바라본다...대통령 닮은 소통법

"이런 정책실장 처음" 모두가 그의 페북 바라본다...대통령 닮은 소통법

김성은 기자, 정한결 기자
2026.04.06 06:00

[the300][달라진 문법, 정책실장의 SNS 소통] (上)

기존 문법과 다르다…靑 정책실장의 '대국민 페북 소통법'

(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10대 그룹 사장단과 비공개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이날 청와대는 삼성·SK·현대차·LG 등 10대 그룹 사장단과 만나 올해 투자·고용 계획을 논의한다.  2026.1.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10대 그룹 사장단과 비공개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이날 청와대는 삼성·SK·현대차·LG 등 10대 그룹 사장단과 만나 올해 투자·고용 계획을 논의한다. 2026.1.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이재명 정부 국정 과제와 주요 정책을 총괄 조정하는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소통'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수시로 올려 이재명 대통령이 추진하는 주요 정책의 배경 설명과 뒷얘기는 물론 방향성을 예고하는 '대국민 정책 소통'이 김 실장의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 잡았다.

관가와 경제계에선 "이 대통령의 고민과 정책 메시지의 의미를 알려면 김 실장의 페북 글을 참고하고 분석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공개 메시지를 가급적 삼가고 정책 현안을 물밑 조율하는 데 집중했던 역대 정책실장과는 확연히 다른 문법과 스타일이다.

5일 청와대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의 첫 정책실장으로 지난 6월 임명된 김 실장은 약 4개월 만인 같은 해 10월 첫 인사 글을 페북에 올린 이후 지난 1일까지 약 5개월 간 모두 21건의 글을 게시했다. 정책실장으로 공직에 복귀한 이후 SNS 활동을 사실상 멈췄다가 다시 활동을 본격 재개한 것이다.

김 실장은 공직에 있을 때부터 SNS 활동을 활발히 하는 '헤비페부커'(페북 애용자)로 유명했다. 관료 생활을 마치고 민간 블록체인 전문 투자사 해시드(Hashed) 산하 싱크탱크인 해시드오픈리서치(HOR) 대표 시절에도 페북을 소통 창구로 애용했다. 세계은행(World Bank) 선임 이코노미스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차관급), 기획재정부 제1차관 등 국제·거시·미시 경제 분야의 요직을 두루 거친 정통 고위 관료 출신답게 페북 게시글의 주제는 전방위적이다.

김 실장이 페북 소통을 부쩍 늘린 시점은 이 대통령의 'X'(엑스·옛 트위터) 폭풍 트윗이 시작된 때와 맞물린다. 올초부터 이재명 정부의 최대 경제개혁 과제인 부동산 시장 정상화와 자본시장 개혁은 물론 글로벌 경제의 핵심 성장동력이자 구조적 변인인 인공지능(AI)과 에너지 관련 글 등을 잇따라 올렸다.

한국경제 체질 전환의 핵심인 청년과 창업정책 관련 글 등도 페이스북에 망라돼 있다. 오랜 관료 생활로 쌓은 해박한 지식과 통찰력에 민간 영역에서 쌓은 경험을 버무린 긴 호흡의 글이 대부분이다. 현상과 구조 진단은 물론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완결 형태의 짜임새 있는 글이 상당수다.

김 실장의 SNS 소통은 학자와 관료 출신이 주를 이룬 전임 정부의 역대 정책실장들과 확연한 차이가 있다. 청와대 정책실장은 주요 국정 과제를 비롯해 굵직굵직한 정책 결정 과정에서 대통령을 보좌하고 각 부처의 현안을 조율하는 컨트럴타워이자 지휘자 역할을 한다. 통일·외교·안보 외에 경제·사회·교육 등 모든 분야의 정책 수립과 조정을 총괄한다.

이런 이유로 일선 부처의 공직자들은 물론 민간 기업과 시장에서도 정책 사령탑의 생각을 궁금해 하고 입을 주시한다. 하지만 막중한 역할과 책임때문에 역대 정책실장들은 주요 정책을 조정하는 막후 지휘자 역할에 주력했다. 공개적이고 직접적인 메시지로 정부 정책을 소상히 설명하는 건 김 실장이 사실상 처음이다.

김 실장의 대국민 공개 소통은 누구보다 SNS를 즐겨 쓰는 이 대통령의 스타일과도 상당 부분 닮아 있다. 이 대통령은 평소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국민들에게 알리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며 국무위원들에게 적극적인 정책 홍보를 독려한다. 김 실장도 금융위 부위원장이던 2018년 페북에 "정책을 맡고 있는 사람은 무조건 많이 들어야 한다. 누구나 정부에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며 "정부는 어떤 의견도 허투루 듣지 말아야 한다"고 썼다.

정책을 실무적으로 집행하는 관가와 정부 정책의 영향을 직접 받는 시장에선 긍정적인 평가가 많이 들린다. 대통령과 정책실장의 SNS 소통이 정부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정책 대상자인 국민과 기업의 수용력과 이해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김용범 정책실장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있다. 2025.10.21. photocdj@newsis.com /사진=최동준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김용범 정책실장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있다. 2025.10.21. [email protected] /사진=최동준

부동산 정상화·자본시장 개혁에 '중동발 쇼크' 진단·대안까지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SNS 소통/그래픽=김지영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SNS 소통/그래픽=김지영

이재명 대통령은 새 정부 출범 첫 날인 지난해 6월4일 강훈식 비서실장과 위성락 안보실장 등이 포함된 청와대 핵심 참모진 첫 인사를 발표했다. 대통령실 3실장 중 하나인 정책실장 인선은 이틀 뒤 발표했다. 관료와 학자, 기업인 중 적임자를 찾는 '트릴레마'(trilemma, 삼중 딜레마) 속에서 정통 엘리트 고위 관료 출신인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을 결국 정책실장에 임명했다. 청와대 안팎에선 일 중심의 실용적 사고와 소통 능력을 중시하는 이 대통령이 거시 경제는 물론 실물과 금융에 밝고, 국제 감각까지 두루 갖춘 김 실장을 낙점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업무 능력 외에 역대 정책실장들과 견줘 김 실장의 두드러진 장점으론 소통 능력이 첫 손에 꼽힌다. 김 실장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시절부터 페이스북 소통으로 정책 당국자로서의 생각과 고민을 자주 공유했다. 정책실장 부임 후에는 상당 기간 SNS(소셜네트워크)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이후 지난해 10월 페이스북에 "오랜만에 인사드린다"고 한 첫 인사를 시작으로 지난 1일까지 약 5개월 간 21건의 글을 페북에 올렸다. 이 중 18건이 이재명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와 정책, 현안 관련 글이었다.

이 대통령이 'X'(엑스·옛 트위터)에 집중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올 초부터 김 실장의 페북 활동이 늘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부동산, AI(인공지능), 자본시장, 에너지, 지역 활성화, 청년·창업 정책 등 이 대통령의 관심사를 주된 주제로 삼았다. 언론 환경이나 법무부의 이민 정책, 정상 외교 등도 페북 글에서 다뤘다.

김 실장이 지난 2월 22일 올린 '공적 신용의 질서와 주택시장' 제목의 글은 부동산(집값)과 금융(대출)이 결합한 망국적 부동산 공화국의 구조적 문제를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한 글로 큰 화제가 됐다. 특히 다주택자와 투기·투자용 비거주 고가 1주택자 대출·세금 규제를 예고한 이 대통령의 고민과 향후 정책의 방향성까지 담아 공직사회는 물론 국민적 관심을 받았다.

김 실장은 이 글에서 "주택 문제는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며 "근본적인 질문은 가격이 형성되는 방식, 특히 가격과 신용이 어떤 방식으로 결합하고 있는가에 있다"고 썼다. 그러면서 투자 목적의 비거주 다주택 매입에 대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의 단계적 축소와 대출 만기 구조의 차등화 등을 제안했다. 아울러 다주택자 대출 축소에 따른 임대 공급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기관형 임대사업자 육성과 공공 및 준공공 임대 주택 확대, 거주 목적의 장기 고정금리 금융의 체계적 공급 등을 현실적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김용범 정책실장(왼쪽)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2026.2.2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김용범 정책실장(왼쪽)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2026.2.2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허경 기자

김 실장이 페북에서 가장 자주 거론한 주제는 자본시장이다. 부동산에 묶인 자금을 기업과 시장 등 '생산적 금융'으로 옮기는 자본 이동 관련 내용이었다. 김 실장은 '코스피 5000' 시대로 접어든 지난 1월31일 '주식이 재테크 선호 1위인 사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김 실장은 "주식 선호 1위라는 결과는 우연한 랠리의 산물이 아니다"라며 "제도적 개선, 기업의 실체, 산업의 위상, 자본을 바라보는 인식이라는 네 개의 톱니바퀴가 비로소 같은 방향으로 맞물려 돌아가기 시작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초에는 '대한민국 주식회사, 재평가의 시간'이란 글에서 "지금 세계 경제는 거대한 인프라 투자 사이클 위에 올라 있다. AI 데이터센터, 전력망 확장, 군비 비출 증가, 에너지 운송 인프라가 그 핵심"이라며 "흥미로운 점은 이 네 분야의 핵심 공급망에 한국 기업들이 모두 포진해 있다는 사실"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주식회사는 지금 비싸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저평가의 굴레를 하나씩 벗겨내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2월에는 "AI는 이제 '코딩'이 아닌 '전기'의 전쟁"이라며 "전력망은 더 이상 지역 민원의 대상이 아니라 국가 전략 인프라로 격상되어야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김 실장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은 강력한 자산이지만 설계와 가속기 생태계가 해외에 집중되어 있다면 우리는 가치 사슬의 일부만 통제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필요한 것은 전력망을 안보 인프라로 보고 국가 재정을 투입하고, 민관 협력을 제도화하며 안정적 운영을 책임질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일"이라고 했다.

지난달 28일 '격변 속의 균형: 중동발 공급충격이 던지는 질문'이라는 글에선 중동전쟁 장기화에 따른 충격과 에너지 위기 대응 전략을 짚었다. 김 실장은 중동발 위기로 "에너지 공급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한국 경제의 산업 구조를 재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달 초에는 중동 변수로 한국 증시가 혹독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견디고 있다며 갖은 악재에도 코스피 5000선을 지켜낸 점을 들어 한국 시장의 구조적 체력과 복원력을 확인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김성은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입니다.

정한결 기자

안녕하세요. 정치부 정한결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