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달라진 문법, 정책실장의 SNS 소통] (下)

"이재명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한 '보론'(補論·보충하는 논의)으로 봐 달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직접 전한 페이스북 정책 메시지의 배경이다. 김 실장은 이 대통령이 'X'(엑스·옛 트위터)에 본격적으로 글을 올리기 시작한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약 두 달간 18건의 정책 현안 관련 글을 게시했다. 한 주에 두 건 이상씩 올린 셈이다. 한 편당 2000~3000자에 달할 정도의 장문이다. 분초를 쪼개 일하는 청와대 정책 사령탑 위치에서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김 실장은 "공식 업무 시간이 끝나고 난 뒤 야간이나 주말에 글을 올린다"며 "평소 생각하고 있던 점을 정리해 두거나, 온라인에서 자료를 찾는 과정에서 떠오르는 생각들, 정책 관련 실시간 논쟁들에서 주제를 찾는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이자 범정부적 정책 과제인 부동산, 자본시장, 에너지 관련 이슈 글 등이 단적인 예다.
시간을 쪼개 공개적 글쓰기를 하는 이유에 대해 김 실장은 "정부가 정책 차원에서 고민하고 있는 지점들을 공유하고 대중들의 정책 이해도를 높이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대통령도 SNS 상에서 의견을 자주 묻고 때로는 토론을 한다"며 "(참모로서의) 제 페북글은 이 대통령을 메시지를 보완하는 좀 더 차분한 '보론'의 개념으로 보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이 대통령의 문제 의식과 고민을 담은 정책 메시지의 보완자 역할뿐 아니라 특정 정책이 나오게 된 배경과 뒷얘기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정책 해설사 역할도 자처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게시한 '청년에게 '경험'을: 청년뉴딜과 모두의 창업'이라는 제목의 글이 대표적이다.
김 실장은 이 글에서 26조 2000억원 규모의 중동 전쟁 대응 관련 추경안(추가경정예산안) 중 청년 정책에 반영된 1조 9000억원 규모 예산에 대해 자세하게 부연했다. 김 실장은 먼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쉬었음' 통계가 있는데 대부분이 청년"이라며 "작년 관세협상을 1차로 마무리한 뒤 경제지표를 다시 들여다보면서 이 숫자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2023년부터 (청년) 고용률이 눈에 띄게 떨어졌는데 공교롭게도 AI(인공지능)가 일상과 산업에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시점과 겹친다"며 "AI가 정형화된 업무를 빠르게 대체하면서 청년들에게 그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올해 초 대통령께서 하신 말씀이 계속 남아 있다. '노동시장 밖으로 밀려난 청년들은 경력을 요구받지만 그 출발선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말씀이었다)"며 "이 문제를 개인의 몫으로만 남겨둘 수는 없다. 이번 추경에 포함된 청년뉴딜 대책은 이런 고민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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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실장은 머니투데이 더300에 "반도체 수출 증가와 주가 상승 등으로 모두 잘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는) 'K자형 성장'에 대한 정부 고민이 깊다. 그 가운데 청년이 있다"고 했다. 이어 "청년 정책 및 관련 예산 배정과 관련해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도 '큰 것 한 번 만들어 보자'고 했다"며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 부처와 '스타트업 열풍 조성' 및 'K-뉴딜 아카데미' 등 사업을 만든 것"이라고 했다.
김 실장은 그러면서 "좋든 싫든 직접 소통의 시대로 접어들었다"며 "SNS를 활용하는 정치 지도자와 참모들이 더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의 뜻을 현장에 이식하는 유능한 정책 설계자"
공직 사회에선 최근 부쩍 늘어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을 장문 메시지를 '정책 설계 참고서'로 받아들이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이재명 대통령의 정책 메시지에 대한 논리적 정당성을 강화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글들이 많기 때문이다.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공급망 문제와 에너지 전환, 부동산과 증시, AI(인공지능), 청년 일자리 등 다양한 글을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참고하고 활용한다는 것이다.
금융부처 A공무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공론화 하면 논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뒷받침하는 글을 잘 쓰는 것 같다"며 "공무원으로서 많이 참고하고 부동산이나 사모대출 펀드 관련 글은 실제 정책에 반영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경제부처 B공무원도 "대통령의 생각을 행정적으로 실현하는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다고 본다"며 "청와대가 숨 돌릴 틈 없이 몰아쳐 부담스러운 마음도 있지만 정보가 상대적으로 적은 일선 공무원들에게 넓은 시야를 제공하고 정책을 조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이 대통령과 정책실장이 정책 이슈를 주도하다보니 상대적으로 각 부처 장관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다. 부동산 시장 정상화라는 주요 국정 과제를 이행해 가는 과정에서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금융과 세재를 담당하는 금융위원회, 재정경제부의 역할을 줄어든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계에서도 김 실장의 SNS(소셜미디어) 메시지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가 정착됐다. 이 대통령의 메시지를 보완하는 정책 사령탑의 SNS 글을 정부의 정책 방향을 보다 빠르고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는 통로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기업 기획·대관 등 관련 부서에선 김 실장의 메시지를 즉각적으로 공유·참고하고 내부 사업 계획 수립 등에도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그룹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 지향점을 이해하는데 필요하기 때문에 당연히 김 실장의 SNS를 실시간 와칭하고 있다"며 "새로운 메시지가 나오면 내용을 검토·분석해 관련되는 계열사에 내려보내면서 참고토록 하고 필요하면 대응 계획을 세우든지 후속조치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B기업 관계자는 "'공무원은 느리다'는 선입견을 깨고 속도전을 보여주는 것 같다"며 "통상 브리핑 등으로만 전파되던 정책 설명이 SNS로 바로 공유돼 정책 전달 속도 면에서 장점이 있다.
특히 청와대 정책 컨트롤타워가 직접 설명한다는 점에서 명확성과 투명성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C기업 관계자도 "요즘처럼 중동 전쟁 등으로 불확실성이 높을 때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당국자가 관련 메시지를 내면 안정감을 준다는 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했다.
반면, 투자나 일자리 창출 등과 연관된 민간 기업 관련 메시지가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아울러 청와대의 메시지가 국회의 실제 입법 과정에선 다른 결로 추진되는 경우가 생기면서 오히려 혼선을 초래한다는 지적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