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우리 집은 대체 얼마짜리일까

박영웅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2025.03.11 05:25

[the L] 화우의 조세 전문 변호사들이 말해주는 '흥미진진 세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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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올해 예산 50억원을 투입해서 초고가 주택들의 시장가치를 더 정확히 계산하겠다고 공언했다. 1조원 이상 세수 증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필자는 갸우뚱했다. 과연 초고가 주택들의 시장가치만 부정확할까. 그럼 50억원을 더 쓴다고 정확하게 산출할 수는 있을까. 게다가 1조원 이상의 세수 증대 효과를 노린다는데 그렇다면 여태까지 예산 부족으로 1조원 이상의 세수를 그냥 흘려보냈다는 것인가.

초고가 주택은 거래량이 드물어 시장가치를 정확히 산출해 봐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거래가 드문 재산은 초고가 주택만이 아니다. 공장 내 기계설비, 거래소에 상장돼 있지 않은 가상자산, 점포 권리금 등 선뜻 얼마라고 말하기 어려운 재산들이 부지기수다. 거래량이 문제면 이들의 시장가치도 공시가격 정하듯 과세 관청이 나서서 일일이 다 정확하게 산출해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이번처럼 유독 초고가 주택만 수십억원을 들여 정확한 시장가치를 산출해 내겠다고 하면 그 자체로 조세 형평에 어긋나는 표적 과세 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어쨌든 예산의 대부분은 감정평가 비용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이 의뢰한 감정평가는 사실상 각종 세금 부과로 직결될 테니 납세자는 그 결과에 촉각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감정평가는 전문자격증을 취득한 감정평가사들이 수행한다. 다만 그들은 국가공무원도 아니고 외부감사인 것처럼 법적으로 독립적인 권한을 보장받고 있지도 않다. 오히려 국가 기관의 눈 밖에 나면 영업의 존폐가 흔들릴 만큼 독립성에 취약한 것이 현실이다. 사정이 이러한데 과연 납세자가 감정평가사의 전문가적 양심에만 기대 국세청의 감정평가 결과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납세자가 의뢰한 감정평가 결과가 더 객관적이라는 말은 아니다. 과세 관청이 의뢰해서 얻은 감정평가 결과는 납세자에게 제대로 공개되지도 않는 데다가 어지간하면 납세자가 불복해서 이길 가능성이 없다는 데 문제가 숨어 있다.

어떤 물건의 시장가치는 수학처럼 정확한 값으로 산출될 수 없다. 정확하게 산출할 수 있다면 '계산'만 하면 되지 '평가'를 할 필요가 없고, 조세저항도 생길 일이 없다. 국세청의 말대로 거래 규모가 작으면 정확한 시장가치를 찾는 것이 더 어렵다. 따라서 정확하진 않더라도 사회 구성원들이 수긍할 만한 기준에 따라 평가된 금액이라면, 적어도 과세 목적으로는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 물론 수긍할 만한 기준을 찾기가 영 쉽지 않다. 법인과 개인을 불문하고 시가가 무엇인지 다투는 조세 쟁송이 하루가 멀다고 우후죽순 쏟아지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종의 제삼자적인 시각으로써 감정평가의 영역이 확대되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다만 이번처럼 과세 관청이 의도를 가지고 특정재산을 표적 삼아 하는 감정평가는 조세 형평의 측면에서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과세 관청의 평가가 감정평가사의 손을 빌려 '정확'한 값으로 둔갑하는 일은 없길 바란다.

고질적 시가 분쟁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은 더없이 훌륭하나 그 수단을 실행하겠다는 주체와 대상이 되는 객체는 그다지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아 보인다. 큰 틀에서 납세자의 자발적 감정평가를 제도적으로 유인하되 과세 관청이 그 적부를 심사하는 구조로 제도를 설계한다면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당장 1조원의 세수를 확보해 내겠다는 으름장 보다는 모든 납세자가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시가 평가 제도가 건설적으로 논의되길 기대해 본다.

박영웅 변호사/사진=법무법인 화우

박영웅 변호사는 법무법인 화우에 합류하기 전 2010년 공인회계사시험에 합격하여 삼일회계법인 국제조세팀에서 공인회계사로 근무하면서 다양한 조세실무를 경험했다. 2016년 변호사시험 합격 후 화우 조세그룹에 합류해 기업 관련 조세 소송, 세무조사 대응, 다국적기업의 Cross-border M&A 및 해외 입법자문, 국제조세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박사를 수료하고 다수의 논문을 저술하는 등 이론적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최근엔 기업 총수의 상속, 미국 IRA Tax credit, 글로벌 최저한세,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등 특수한 조세 사건에서 활발한 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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