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12일. 전남 고흥군의 한 해수욕장에서 발견된 변사체의 신원이 확인됐다. 피해자는 베트남 국적의 30대 남성으로, 과거 고향 친구였던 A씨 일당에 납치·감금됐다가 도주 중 변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만리타국으로 건너온 피해자는 왜 옛 동료에게 쫓기다 차가운 바닷물에 몸을 던진 것일까.
사건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피해자는 A씨에게 빌린 돈 1700만원을 대구의 한 불법 도박장에서 탕진하고 잠적했다.
A씨는 2년간 수소문 끝에 피해자 행방을 확인, 추적에 나섰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함께 범행에 가담할 사람도 모았다.
그는 양아버지로 모시던 한국인 B씨(54)와 전남 보성군에 사는 C씨(25), 사회복무요원 등 5명을 범행에 끌어들였고, 일당에 돌려받을 돈의 20%를 떼주기로 약속했다.
A씨 일당은 2018년 2월24일 고흥군에 있는 피해자 집에 무단침입해 피해자를 흉기로 위협하고 폭행했다. 피해자가 집에 동거인이 있다고 하자 피해자를 차에 태워 납치, 발포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일당은 이곳에서 돈을 돌려받지 못하면 피해자를 살해할 것처럼 겁박했다. 피해자가 근무하는 김 양식장 사장에게 전화해 가불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하자, 베트남에 있는 피해자 모친에게 연락해 돈을 받아내기로 했다.
A씨가 피해자 모친과 연락을 시도하는 사이, 피해자는 감시가 느슨해진 틈을 타 해수욕장 인근 수풀로 도망쳤다. A씨 일당이 끈질기게 따라붙자, 피해자는 이들을 피해 바다로 뛰어들었다. 더 심한 폭행을 당할까 봐 두려웠던 그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제한적이었다.
피해자는 물밑에 잠시 몸을 숨길 계획이었지만, 늦겨울 바닷물 수온은 6.3℃로 차가웠다. 결국 피해자는 의식을 잃고 바닷물을 들이마셔 익사했다.
피해자를 찾지 못한 A씨 일당은 119 신고를 논의했다. A씨는 피해자가 불법체류자라 상황이 복잡해진다며 신고하지 않았는데, 일당 중 한명이 뒤늦게 경찰에 '채무관계인 이들이 말싸움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신고하면서 이들의 범행이 드러났다.
경찰에 발견된 피해자는 폐와 기도에서는 다량의 모래가 발견됐고, 목 주변이 골절된 상태였다.
A씨 일당은 특수감금, 특수주거침입, 강도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채권 추심을 한 것이라며 강도치사 혐의를 부정했다. 일부는 피해자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로 폭행·협박하지 않았고 피해자가 숨질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사건을 심리한 광주지법 순천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김정아)는 A씨와 B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범행에 가담한 C씨에겐 징역 6년, 나머지 일당 3명에겐 각각 징역 5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피고들이 피해자의 주거지에 침입해 감금하고 돈을 뺏으려다 사망에 이르게 한 객관적인 사실이 인정된다"며 "피해자와 같은 국적의 누엔은 범행계획을 주도한 당사자로 죄책이 무겁고, 진반은 다른 피고인들이 쉽게 범행을 실행토록 도운 책임이 무겁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 씨는 범행 전체과정에서 주요 역할을 하고 도망친 피해자가 바다에 빠진 것을 알고서도 신고를 못 하게 한 책임이 크며 박 모 씨와 두 명의 안씨도 범행 가담 정도 등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A씨 일당은 1심 판결에 불복,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는 이를 기각했다. 이후 대법원이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형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