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 않습니다. 가지 않습니다."
2019년 7월 2일, 온라인에 한 장의 이미지가 등장했다. 'NO, BOYCOTT JAPAN'이라는 단순한 문구였지만, 이 로고는 단숨에 전국을 뒤흔들었다. 4년가량 이어졌던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시작이다. 시작은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의 자발적 움직임이었지만 전방위적 생활 실천운동으로 확산했다. 이 불매운동은 단순한 소비 거부를 넘어선 하나의 '시민 외교'로 발전했다는 평가다.
불매 운동은 일본이 2019년 7월1일 우리나라에 대한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핵심 소재(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 에칭가스 등 3종) 수출 제한을 걸며 시작됐다.
당시 일본의 이런 조처는 2018년 10월 대법원이 일본 기업에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한 보복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한일 관계는 경색 국면으로 빠져들었고 그다음 날 한국 시민들은 'NO재팬'으로 응수했다.
이 불매운동은 크게 확산했다. 한 한국 개발자가 불매 제품들을 모아둔 '노노재팬'이란 사이트도 인기를 끌었다.
유례없는 불매운동 확산으로 일본 브랜드들은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 대표적으로 유니클로와 아사히 맥주, 도요타, 닛산 등 일본 브랜드 제품 판매량이 급감했고 일본 여행은 예약 취소가 무더기로 나왔다. 결국 일부 일본 브랜드는 시장 철수를 선언하기도 했다.
문화 영역에서도 변화가 일었다. 일본산 캐릭터 상품이나 콘텐츠 소비에 대한 자성적 움직임이 일었고, SNS(소셜미디어)에선 계정명에서 일본어 표현을 삭제하는 운동도 벌어졌다.
일본 브랜드가 타격을 입으며 국산 맥주, 로컬 SPA 브랜드 매출은 급증하며 '소비의 국산화' 흐름이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일부는 직격탄을 맞기도 했다. 일본 노선에 의존하던 저비용 항공사들은 수익성 악화로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대마도(쓰시마)를 중심으로 한 일본 관광지의 한국인 발길이 끊기면서 현지 한인 상인들도 타격을 입었다.
운동이 확산하면서 일각에선 과열과 이중잣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일본산 자동차를 파손하거나 일본 브랜드를 사용하는 이들에 대한 과도한 비난이 이어졌다.
일본 기업들 파격적인 세일이 일시적으로 소비를 부추기자 '불매가 끝났다'는 비판도 등장했다. 그런데도 당시 한 언론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 78.9%가 불매운동을 지지했고, 75.8%는 '지속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외교적 해결 기미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서야 가시화됐다. 양국 간 셔틀외교 복원과 한국 정부는 2023년 3월 WTO(세계무역기구) 제소를 철회했다. 일본도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로 복귀시키며 4년에 걸친 한일 무역 분쟁은 마무리됐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정상회담을 갖고 수출 규제 갈등을 풀기로 합의했다. 이후 맥주·의류 등 일본 제품 판매가 늘고, 방일 여행객도 급증했다.
경제적 영향보다 중요한 것은 이 운동이 보여준 '생활 속 외교'의 가능성과 시민의 자각이다. 소비자의 지갑을 통해 표현된 국가 감정은 정치와 외교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때, 시민이 나서는 새로운 시대를 예고했다.
다만 일본 정부는 여전히 식민지배 불법성이나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명확한 사과를 하지 않고 있어 본질적 갈등은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