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총기 청정국은 없다

서진욱 기자
2025.07.28 05:41

최근 인천 송도에서 60대 아버지가 사제총기로 30대 아들을 살해한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피의자 A씨는 거주하던 서울 도봉구 아파트에 사제폭탄까지 설치했다. 경찰 수사 결과 유튜브 등 온라인에서 접한 정보를 활용해 총기와 폭탄을 직접 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의 자택과 차량에서는 여러 개의 총기와 폭탄을 만들 수 있는 부품이 다수 발견됐다. A씨가 범행을 저지르고 남은 총알만 86발에 달했다. 경찰은 사제총기가 조악한 수준이라고 했지만, 사람의 생명을 앗아갈 만한 위력을 갖췄다.

이번 사건은 대한민국이 더는 총기 청정국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국내에서 총기 구매 및 소지는 엄격히 규제된다. 수렵과 스포츠 등 용도로 매우 제한적으로 허용되기 때문에 총기를 동원한 범죄 발생이 극히 드물다. 그동안 해외에서 대형 총기 난사 사건이 터질 때마다 '총기가 없어 다행이다'는 상대적 안정감을 느껴왔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누구나 손쉽게 사제총기 제작법을 접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안정감이 흔들리고 있다.

정부는 문제의 심각성은 인지하고 사제총기 등 불법 무기류 관리 강화에 나섰다. 경찰청은 행정안전부·국방부와 협의해 오는 8~9월 불법 무기 자진신고 기간을 확대 운영한다. 매년 9월 운영한 자진신고 기간을 1개월 더 늘렸다. 경찰청은 자진신고 기간이 끝나면 집중단속에 나설 방침이다. 사제총기 제작법 등 불법 온라인 게시물 적발을 위한 모니터링도 강화한다. 다만 이미 하던 조치를 강화하는 수준이라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낼지 미지수다.

사제총기 근절을 위해선 제작법과 부품 구입처 등 정보를 빠르게 차단하는 게 중요하다. 정보가 퍼지는 검색 포털, 소셜미디어, 모바일메신저 등 플랫폼 기업들과 공동 대응하는 체계부터 갖춰야 한다. 경찰청은 현재 운영 중인 총포 화약 시스템에 인공지능(AI) 기반 상시 점검 시스템을 구축해 불법 게시물 탐지부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삭제·차단 요청까지 모든 과정을 자동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가장 큰 제약인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다. 빠르게 AI 기반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도록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고, 체계적인 실행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방아쇠를 당기기 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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