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수사통제 외치는 검찰이 민망한 이유

조준영 기자
2025.08.04 05:18

검찰은 두 가지 역할을 해왔다. 하나는 경찰 수사에 위법수사가 있는지,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충분한지 등을 따져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수사통제 , 다른 하나는 부정부패 등 '거악'을 직접 겨냥하는 수사다. 전자는 형사부, 후자는 특수부로 대표된다.

전체 사건의 99%를 처리하는 형사부보다 1%도 안되는 사건을 맡은 특수부에 힘이 몰렸다. 유력 정치인, 대기업 총수를 겨냥한 특수부는 검찰 권위의 상징이자 요직으로 가는 통로였기 때문이다. 검찰은 개혁 시기마다 검사의 수사통제 기능을 강조했지만 다시 직접수사에 매달리며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모습이 반복됐다. 민생범죄에 엄정 대응하겠다며 형사부 강화를 내세운 검찰총장은 많았지만 늘 구호에 그쳤다.

검사정원은 11년째 제자리인데 국정농단 이후 늘어난 특수부는 좀처럼 줄지 않는다. 주요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전담팀을 꾸리고 파견을 늘린 결과 형사부는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사건은 경찰이 해도 되지 않냐'는 목소리는 '주요 수사는 검찰이 해야 된다'는 목소리에 묻히기 일쑤다. 형사부 검사들은 매달 100건 이상의 사건을 쳐내고 있지만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수사절차가 복잡해지면서 장기미제는 쌓이고 병목현상은 심화하고 있다. 조직의 허리인 10년차 이하 검사들이 매년 30~40명씩 퇴직하는 것도 업무부담이 한몫한다.

형사부의 팍팍한 현실은 검찰이 주장해온 수사통제의 실효성과 직결된다. 경찰 수사를 제대로 견제하기 위해서는 사건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시간과 인력, 구조가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구자현 서울고검장도 취임사에서 "하나의 사건에 쏟아부을 수 있는 정성의 총량이 작아질 수밖에 없고 충실한 관계자 진술 청취나 추가적인 사실확인을 요구하는 것이 쉽지 않고 사건의 처리기간이 길어진다"고 우려했다.

검찰은 직접수사권을 내려놓고 공소청 체제로의 전환을 앞두고 있다. 현실화할 경우 수사를 통제하는 형사부가 검찰의 중심이 된다. 그간 숱하게 외친 형사부 강화가 결국 외부개혁에 의해 실현되는 것이다. 검찰은 수사권을 내려놓는 순간부터 오롯이 형사부로 평가받는다. 곧 마침표를 찍게 될 검찰개혁이 형사부가 중심이 되는 검찰의 미래를 준비하는 방향으로 완수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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