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민생회복 소비쿠폰 신청 첫날. 아침 주민센터에서 만난 한 어르신께서는 "나랏빚이 너무 늘어 걱정이야"라고 하면서도 기쁜 마음이 얼굴에 가득했다. 소비쿠폰은 민생회복이라는 대의명분이 있다. 다만 나랏빚이 늘어난다는 생각에 마음이 복잡하다. 지난 1일까지 소비쿠폰 신청자는 4555만여명으로 전체 대상자의 90%다. 지급된 지원금은 총 8조2371억원에 달한다.
내수 부진에 시달려온 자영업자들의 고통은 지난해 폐업한 자영업자가 100만명을 돌파했다는 사실로 극명하게 드러난다. 더욱이 향후 3년 내 폐업을 고려하고 있는 자영업자도 상당하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여론조사업체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국내 자영업자 500명 대상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3.6%는 '3년 이내에 폐업할 수 있다'는 답변을 내놨다. 폐업을 고려하는 주된 이유로는 △영업실적 지속 악화 28.2% △경기회복 전망 불투명 17% 등으로 나타났다. 심폐소생이 필요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을 위해 소비쿠폰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소비쿠폰이 얼마나 효과적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따른 신규 소비 창출 효과를 26.1~36.1%로 분석했다. 재난지원금의 실질 소비 유도 비율이 최대 36.1%에 그쳐 4인 가족이 25만원씩 100만원을 받았더라도 추가 소비에 쓰인 돈은 40만원이 안 된다는 뜻이다. 특히 최근 고물가와 고금리에 시달려온 가계 입장에서는 기존 소비 대체가 크고 추가 소비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 저장과 보관이 간편한 담배를 대량 구매해 되파는 일종의 '담배깡'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내수 활성화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풀린 돈이 장롱으로 들어가지 않고 계속 돌 수 있도록 가계의 적극적인 소비 지출이 필요하다. 특히 벼랑 끝에 서 있는 자영업자들을 염두에 둔 소비가 필요하고, 정부와 지자체는 소비 촉진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또 다른 논란은 일회성 소비쿠폰 지원이 중장기 효과도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정부가 재정지출을 하면 지출하는 금액보다 훨씬 큰 생산 및 소비 유발 효과가 있다는 것을 케인스는 승수효과라고 했다. 이번에 지급한 소비쿠폰이 몇 바퀴를 돌지 모르지만 소비 유발 효과는 가능하다고 해도 생산 효과까지 기대하기는 어렵다. 정부가 내세운 소비쿠폰 캐치프레이즈인 '회복과 성장의 마중물'에서 회복은 가능할지 몰라도 성장의 마중물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미지수다.
경제의 회복과 성장은 근본적으로 생산에서 일어나야 하고 또 생산에서만 가능하다. 개별 가계도 안정적 수입이 있어야 마음 편히 소비를 할 수 있고 내수 활성화를 꾀할 수 있다. 생산을 토대로 한 고용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최근의 트럼프발 관세 전쟁에서도 우리나라와 일본, 유럽연합 모두 대규모 대미 투자를 약속하고 협상이 타결됐다. 생산을 위한 약속이다. 경제 성장을 위한 구조 개편과 비전, 구체적 전략 없이 다시 소비쿠폰에 기대지 않을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