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 여성 촬영 불법 논란… "상습 촬영 땐 성적 목적 인정"

김미루 기자
2025.08.28 16:33
서울 잠실 야구장에서 한 남성이 경기를 관람 중인 여성들을 불법 촬영하는 정황이 담긴 목격자의 영상 일부. /사진=인스타그램 'linked__account' 갈무리.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경기를 관람 중인 여성 관중들을 몰래 촬영하는 한 남성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확산하면서 불법 촬영인지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진다. 법조계는 촬영 대상과 반복 여부, 각도 등에 따라 불법 촬영 혐의가 성립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28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지난 24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kt wiz와 두산 베어스 경기를 앞두고 애국가 제창 중 한 남성이 휴대전화 카메라를 여성 관중 쪽으로 향해 촬영하는 장면을 담은 영상이 퍼지고 있다. 목격자가 올린 해당 영상을 보면 관중석 뒤편 계단에 앉아 있는 남성이 5차례 이상 셔터를 눌러 짧은 하의를 입은 채 서 있는 여성을 포함해 여성 관중들의 뒷모습을 촬영한다.

이같은 영상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공개한 목격자 A씨는 "카메라를 특정 여성 쪽으로 들이대고 촬영 버튼을 누르는 모습을 제 눈으로 두 번이나 직접 확인했다"며 "경기가 끝나고 다음 날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서에 방문해 (채증) 영상을 제출했다"고 말했다.

해당 사건을 두고 온라인에서는 "단순히 찍은 것일 뿐 불법은 아니다"라는 반응과 "불법 촬영이 맞다"는 반응이 맞섰다.

대법원 판례는 허벅지 촬영도 불법… "반복 정황 땐 혐의 인정"
서울 서초구 대법원. /사진=뉴스1.

법조계는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혐의 인정 여부를 살피기 위해 법원이 △옷차림이나 노출 정도 △촬영자 의도 △각도나 거리를 고려해 판단한다고 본다.

먼저 짧은 하의를 입고 하체가 드러난 여성을 촬영한 경우 구성요건이 성립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대법원 판례를 보면 2008년 9월25일 대법원은 밤 9시쯤 마을버스를 탄 59세 남성이 18세 여성 피해자의 치마 밑으로 드러난 허벅다리 부분을 30㎝ 거리 정면에서 촬영한 사건에 대해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가 인정된다고 봤다.

당시 대법원은 "촬영 부위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객관적으로 피해자와 같은 성별, 연령대의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들 입장에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고려한다"며 "피해자의 치마 밑으로 드러난 무릎 위 허벅다리 부분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정상화 법률사무소 이로울 변호사는 "야구장에서 일면식도 없는 남성이 여성의 사진을 찍었고 짧은 하의를 입었다면 충분히 이 구성 요건에는 해당할 수 있는 사진이 아닐까 싶다"며 "판례에서도 피해자의 옷차림이나 노출 정도, 그 촬영을 왜 했는지 등을 고려해 판단한다"고 말했다.

반복적·의도적 촬영 정황이 확보되는 경우에도 혐의가 인정될 수 있다. 불법 촬영 사건의 경우 신고를 받은 경찰은 CCTV(폐쇄회로TV) 등 조사를 통해 촬영자를 추적한 뒤 촬영자의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등 방식으로 확보하고 포렌식을 통해 과거 촬영물을 종합해 상습적으로 촬영한 정황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한 성범죄 피해 사건 전문 변호사는 "수사기관이 포렌식을 해서 과거 촬영물 중에 이것보다 더 심한 정도의 신체 노출 부위가 있는 사진이 있거나 장소가 야구장 등 다중 밀집 장소로 겹치는 경우에 촬영자의 '목적'을 판단해 불법 촬영 혐의를 인정할 수 있다"며 "동일한 수법으로 계속 촬영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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