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정부의 배임죄 폐지 결정은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입법 등으로 압박을 받아온 기업 달래기 성격으로 풀이된다. 다만 배임죄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을 위한 '방탄입법'이라는 야당의 공세를 어떻게 극복할지는 변수다.
당정은 30일 총 110개의 경제형벌 규정을 정비하는 '경제형벌 합리화 1차 방안'을 발표했다. 상법상 배임죄의 실효성이 크게 약화했음을 감안하면 형법상 배임죄 폐지가 핵심이다.
이재명정부와 과반의석을 가진 여당이 그간 주도해온 입법 가운데 상법개정안과 노란봉투법 등은 기업의 부담을 키웠다는 지적을 받는다.
최대주주(오너)보다 소액주주 이익을 앞세우는 상법개정안은 경영권 방어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국회에 계류 중인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이 대표적이다. 노란봉투법은 원청을 사용자 책임범위에 포함하고 불법파업에 대한 노조의 배상책임을 줄였다. 기업 노사분쟁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다. 법안 통과 후 벌써 원청을 대상으로 하청노조들의 교섭요구가 이어진다.
내년 지방선거 이후 기업에 대한 증세가 추진될 가능성도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개별소비세(이하 개소세)처럼 규모는 작은데 민생충격이 큰 세목을 우선 손대긴 어렵다"고 했다. 개소세의 10배(2023년 기준)에 달하는 법인세를 먼저 올릴 공산이 크다는 의미다.
정부와 여당의 배임죄 폐지안에 대해 기업 달래기 카드라는 해석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경제법안 개정을 주도하는 오기형 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장은 앞서 "(배임죄 폐지가) 재계에 대한 압박을 해소해주기 위한 법안이라는 점을 부정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배임죄 폐지는 실제로 기업인의 사법적 부담을 크게 줄여줄 전망이다. 그간 배임죄는 광범위한 적용범위와 기업 경영판단원칙의 모호함을 지적받아왔다. 기업 경영상 합리적 위험을 감수한 결정이라 하더라도 사후 '손해 발생' 여부에 따라 배임죄로 기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당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백현동 재개발사업과 관련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배임)혐의로 기소된 점을 들어 이 대통령의 '면소'를 위한 법개정이라며 파고들었다. 김도읍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형법상 배임죄 폐지는 명백한 이재명 대통령 구하기 법"이라며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한다 해도 결국은 이 대통령 구하기 목적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도 명분싸움에서 물러설 생각이 없다.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배임죄 폐지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 상법개정 논의를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시작된 만큼 꼬아보는 것 자체가 정치적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여론의 동향에 따라 배임죄 폐지작업의 추진속도가 늦춰질 가능성은 열려 있다. 오 위원장은 "배임죄를 지금 당장 무조건 완전폐지하겠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대체입법이 어디까지 준비될 수 있는지를 보면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단체들은 정부가 발표한 형법상 배임죄 폐지 등의 '경제형벌 합리화 1차 방안'을 일제히 환영하면서도 추가적인 개선조치를 요구했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이번 방안은 기업 의사결정 과정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년 내 경제형벌 규정 30% 정비라는 정량적 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의미가 크지만 규제개선의 실질도 중요한 만큼 앞으로도 경제계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반영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