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후임 회장에게 인감도장과 사업자등록증을 전달하지 않은 행위를 업무방해죄로 처벌하기는 어렵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려면 위력의 행사가 있어야 하는데 단순히 인감도장 등을 전달하지 않은 것을 위력의 행사로 보기 힘들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에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A씨는 경기도 남양주시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었다. 그는 후임 회장에게 인감도장과 사업자등록증을 인계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회장직과 관련한 다툼이 있었고 후임 회장 임기 시작 이틀 전 선출이 이뤄져 인수인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임시로 인감도장 등을 보관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1, 2심 재판부는 이 같은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업무방해죄의 해석에 문제가 있었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는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A씨가 후임 회장에게 단순히 인감도장 등의 인도를 거절하거나 반환하지 않은 행위가 위력으로써 후임 회장의 업무를 방해하는 적극적 방해 행위와 동등한 가치를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A씨의 행위로 후임 회장이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실제 후임 회장은 인감도장이 없이도 입주자대표회의 운영에 필요한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으로 정상적 업무를 수행하는데 인감도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기 어렵고 A씨가 인감도장을 반환하지 않은 행위로 후임 회장이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