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을 대폭 증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더불어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 개혁안에 법조계에서는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온다. 대법관 증원이 재판 효율성을 높이는 등 사법부 신뢰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전망과 하급심이 약화될 우려가 맞서고 있다.
민주당 사개특위는 20일 대법관을 대폭 증원하는 내용의 5대 사법 개혁안을 발표했다. 개혁안에는 대법관 수를 현행 대법원장 포함 14명에서 매년 4명씩 3년에 걸쳐 26명으로 증원하자는 내용이 포함됐다.
상고 사건을 처리할 인력을 대폭 확충해 사건 적체와 심리불속행을 줄이자는 취지다. 대법원에 따르면 매년 약 3만~4만 건에 달하는 사건이 대법원에 쏟에진다.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하고 재판 업무를 담당하는 대법관 12명이 각각 연간 3000건 이상을 처리하고 있다. 대법관들이 사건에 할애할 시간이 부족해 상고심은 '10초 재판'이라는 말도 나온다.
법조계는 증원 필요성에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대법관 증원은 상고심 제도의 병목 현상을 완화하고 재판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방안"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대법관 수를 대폭 늘리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충분한 논의 없이 숫자만 늘리면 부작용이 클 것이라는 논리다.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쪽에서는 법관 전체 정원을 그대로 둔 채 대법관과 대법관을 보좌하는 재판연구관을 늘리면 1심과 2심 등 하급심 재판이 지연될 것이 자명하다고 우려한다. 통상 재판연구관은 한창 재판에 집중하는 10년차 안팎의 법관들이 차출된다.
한 현직 판사는 "재판연구관을 2배로 늘릴 경우 판사 수가 부족한 1·2심 재판에 구멍이 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대법원 역시 대법관 증원 자체에는 동의하면서도 26명이 아닌 18명으로 증원하자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전원합의체 형해화 우려도 적지 않다. 전원합의체는 대법관 전원이 참여해 중요한 법리를 통일하는 재판부다. 인원이 지나치게 많으면 합의 도출이 힘들어질 수 있다. 앞서 법원행정처는 "대법관 수를 크게 늘리면 전원합의체 기능이 사실상 마비돼 충실한 심리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의견을 국회에 전달했다.
대법관 증원에 따른 보조 인력과 예산 증가가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거론된다. 장관급인 대법관을 늘리면 당장 개별 대법관들의 집무실 공간과 대법관을 보좌하는 재판연구관 인력과 지원 예산도 늘려야 한다. 현재 대법원에서 근무하는 재판연구관은 법관 101명, 비법관 30명으로 총 131명이다.
법원 안팎에서는 "국회가 법원의 입장을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일을 추진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많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개혁 취지를 살리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입법 과정에서 법원·검찰·변호사 등 각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 사개특위는 이날 대법관 증원을 비롯해 △대법관 추천위원회 구성 다양화 △법관평가제 도입 △하급심 판결문 공개 확대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등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별개로 민주당은 법원 재판으로 기본권이 침해된 경우 이를 헌법재판소에서 다시 심사할 수 있게 하는 재판소원 제도는 당 지도부 안으로 입법 발의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