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송환자 무더기 구속영장 청구…'범행 고의성' 규명하나

박상혁 기자
2025.10.20 15:20
지난 18일 오전 캄보디아에서 인천 국제공항으로 송환된 피의자들의 모습./사진=뉴시스.

검찰이 캄보디아에서 국내로 송환된 피의자 64명 중 58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수사당국은 앞으로 범행 가담 경위와 고의성, 피해 규모 등을 집중 규명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꼬리 자르기'를 막기 위해 현지 당국과 공조해 총책 등 범죄조직 전반을 추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국내 송환 이후 관할 경찰서로 분산 호송된 64명 중 58명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이뤄졌다. 체포영장 만료로 석방된 피의자는 구속영장 대상에서 제외된 4명과 검찰이 영장 신청을 반려한 1명 등 5명이다. 나머지 1명은 이미 구속영장이 집행됐다.

이번에 대규모 송환된 64명 모두 캄보디아 현지에서 '웬치'라고 불리는 범죄 단지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스캠 등 사기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다.

가담 정도·고의성 추적…협박 주장도 검증 대상
20일 오전 캄보디아 송환 피의자 중 한명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가는 모습. /사진=뉴스1.

이들에 대한 경찰의 수사 중심축은 범죄 가담 정도와 범죄조직 내에서 구체적인 역할에 맞춰질 전망이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보통 비자는 3개월마다 한 번씩 재발급해야 해서 이 기간에 국내와 캄보디아에 자주 오갔다면 범죄 가담 정도가 높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직 내 담당했던 역할과 △피해자 수 △피해 금액 △국내 통화 내역 등 전반적인 활동 기록도 중요한 수사 단서"라고 말했다.

범죄를 인지하고 가담한 고의성 여부를 규명하는 것 역시 수사 쟁점이다. 사기 범죄 공범인지 피해자인지를 가를 관건이기 때문이다. 일부 피의자의 경우 조직 내 협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범행에 협조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고의성 여부 규명을 위해선 모집책과 대화 내용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이세일 변호사는 "고액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 대부분은 텔레그램이나 SNS를 통해 전달되기 때문에 피의자가 모집책 등과 대화를 나눈 뒤 비행기를 탔다면 범행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업무에 비해 과도한 급여를 약속받은 정황도 고의성을 의심할 만하다"라고 했다.

협박에 의해 범행에 가담했다면 재판 과정에서 정상 참작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를 검증하기는 쉽지 않다. 피의자 진술에 의존해 판단할 수밖에 없어서다. 전문가들은 △가족과의 연락 내역 △신체적 피해 여부 △도움을 요청한 정황 등 객관적 근거를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해외 공조체계로 '총책'까지 추적해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위치한 범죄 단지인 '태자단지'의 모습./사진=뉴스1.

송환자 혐의 입증뿐 아니라 범죄조직 총책 추적 등으로 수사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현지 당국과 긴밀한 공조 체계를 구축해 유사 범죄를 철저히 예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송환자 수사에 그칠 경우 해외에서 벌어지는 다국적 사기 범죄에 대응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 수립이 어렵기 때문이다.

경찰 출신 변호사는 "피의자들이 속했던 조직의 구조와 지휘 체계 등 수사를 통해 알아내야 한다"라며 "하부 조직원만 처벌하는 꼬리 자르기에 그쳐서는 안 되고 상층부까지 추적해 조직 전체를 일망타진하겠다는 각오로 수사에 임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명예교수는 "보이스피싱 조직은 점조직 형태를 띠고 있어 적발이 쉽지 않다"라며 "그 윗선에 있는 범죄 조직 전체로 수사를 확대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현지 당국과의 공조는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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