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형제복지원 1975년 이전 강제수용 기간도 손해배상 인정"

송민경 (변호사)기자
2025.11.13 14:29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모습./사진=뉴스1

대법원이 1975년 이전부터 형제복지원에 강제수용됐던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1975년 이전의 강제수용에 대해서도 국가가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3일 형제복지원에 강제수용된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1975년 이전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 기각했던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부랑인 신고, 단속, 수용, 보호와 귀향 및 사후관리에 관한 업무처리지침'이 발령된 1975년 이전부터 형제복지원에 수용됐던 원고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이다.

원고들은 형제복지원에 수용된 후 근로를 강요받거나 폭행을 당하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 원고들은 국가를 상대로 '단속을 통한 원고들에 대한 강제수용은 관련 위법한 지침의 발령 및 집행에 이르는 일련의 국가작용으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 법원은 원고들에게 일부 승소 판결했다. 국가가 강제수용으로 국민의 기본권 침해를 현실화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관련 지침 등 일련의 국가작용은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이라고도 했다. 1심 법원은 위자료와 관련해 1975년 이전의 수용기간도 참작해 산정했다.

2심 법원 역시 국가에서 손해배상을 해줘야 한다며 원고들에게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다만 1975년 이전 단속 및 강제수용에 피고가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1975년 이전의 수용기간을 참작하지 않은 채 위자료를 산정했다. 이 때문에 원고들에 대한 위자료가 1심보다 감액됐다.

쟁점은 국가가 관련 지침이 발령된 1975년 이전 있었던 원고들에 대한 단속 및 형제복지원 강제수용에 관해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는지 여부였다. 국가가 개입했다고 본다면 손해배상 위자료 산정 시 이 부분을 참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원고들이 1975년 이전 형제복지원에 강제수용된 것에 관해 국가가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해 이 부분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 기각한 원심 판결은 잘못됐다고 했다.

대법원은 "국가가 195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부랑아 단속 및 수용 조치를 해왔고 이 기조는 관련 지침 발령으로 이어졌다"며 "이는 관행적으로 실시되던 부랑아 단속 및 수용조치를 확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국가는 서울, 부산 등지에서 일제 단속을 시행했고 1970년 한 해 동안 단속된 부랑인은 5200명에 달한다. 당시 단속된 부랑인은 귀가 조치된 2956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보호시설에 수용됐다. 부산시는 이후에도 1974년까지 여러 차례 부랑인 일제 단속을 시행했는데 1973년 8월11일엔 지침을 마련해 구청 등에 하달하기도 했다.

이런 사정을 비춰 보면 원고들이 1975년 이전 형제복지원에 수용된 것은 국가의 부랑아 정책과 그 집행의 하나로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