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에게 중도해지 신청 조항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을 받은 카카오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대법원이 과징금 처분이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영업정지를 갈음하는 과징금 부과사유에 대해 이를 한정적으로 해석해야 하고 '회사분할 등으로 영업정지처분이 제재처분으로 실효성이 없게 된 경우'는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대법원은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13일 카카오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과 과징금납부명령 취소 소송에서 과징금납부명령은 위법하다며 이 부분 청구를 기각한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카카오는 모바일 앱에서 디지털 음원서비스인 멜론을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중도해지 기능을 제공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일반해지로 처리하고 PC 웹페이지에서 중도해지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이에 공정위는 전자상거래법의 '기만적 방법을 사용해 소비자의 계약의 해지를 방해하는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시정명령을 받았고 동일한 위반행위를 반복해 영업정지사유에 해당하게 됐다.
카카오는 영업정지사유가 발생한 후 위반 행위가 발생한 디지털 음원서비스 멜론 사업부문을 분할해 주식회사 멜론컴퍼니를 설립했다. 이후 주식회사 멜론컴퍼니는 카카오 계열사인 주식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흡수합병됐다.
공정위는 카카오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카카오의 영업을 정지하더라도 멜론을 통해 사실상 영업을 계속할 수 있으므로 영업정지의 실효성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관련 법에 따라 영업정지에 갈음한 과징금 98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전자상거래법상 영업정지가 소비자 등에게 심한 불편을 줄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한해 영업정지를 갈음하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카카오는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의 처분사유가 분할신설회사에 승계됐다며 카카오는 관련 처분의 적법한 부과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해당 사업을 영위하지 않게 된 분할존속회사인 카카오에 영업정지를 갈음하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시정명령과 과징금납부명령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공정거래 소송은 신속한 판단으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서울고법과 대법원의 2심 체제로 운용된다.
원심 법원은 카카오에게 패소 판결을 내리고 공정위의 처분이 옳다고 했다.
원심 법원은 "회사분할 전 전자상거래법 위반행위에 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처분의 처분대상은 분할존속회사인 카카오"라며 "달리 전자상거래법 위반행위에 관련된 사업 목적을 승계한 법인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해석할 근거가 없다"고 했다.
또 "카카오가 더 이상 디지털 음원서비스 사업을 영위하지 않더라도 위반행위로 인한 이득을 누린 주체이므로 이에 대해 시정명령을 하는 것은 자기책임원칙상 타당하다"며 시정명령 취소청구 부분을 기각했다.
원심 법원은 "영업정지의 실효성이 없다는 점을 고려해 과징금납부명령을 한 것이 관계 법령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며 과징금납부명령 취소청구 부분도 기각했다.
사건의 쟁점은 위반행위 관련 사업부문을 영위하지 않게 된 분할존속회사인 카카오에게 회사분할 등으로 영업정지처분이 제재처분으로서 실효성이 없게 됐다는 이유로 '영업정지를 갈음하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지였다.
대법원은 "시정명령 취소청구 부분은 적법하다"며 원심의 판단을 인정했다. 하지만 과징금납부명령 취소청구 부분에 대해 대법원은 "처분의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위법하다"고 보고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회사분할 등으로 영업정지처분이 제재처분으로 실효성이 없게 된 경우'까지 과징금 부과사유에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유추해석금지의 원칙에 반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은 과징금납부명령에 대해 침익적 행정처분(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등 불이익을 주는 행정행위)이기 때문에 행정법규를 엄격하게 해석해 적용해야 하고, 행정처분의 상대방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대해석이나 유추해석을 해서는 안된다는 대법원의 기존 태도를 이어간 판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