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당시 전 정권에서 임명한 산하기관장들의 사퇴를 종용했다는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이 2심 법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28일 조 전 장관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항소심 재판에서 무죄 판단을 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1심에서는 차관이나 국장이 손광주 전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현 남북하나재단) 이사장에게 사퇴를 요구했다 하더라도 피고인과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근거로 판결했다"며 "산하 공공기관 임명에 최종 의사결정 권한은 장관에게 있는 상황에서 피고인의 명시적 승인 내지는 묵인이 없었다면 차관이나 국장이 독자적으로 사퇴 요구 등 절차를 진행 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이어 "관련 문건을 보면 비록 피고인에게 보고 되지 않은 문건이라 하더라도 피고인의 명시적인 승낙이나 동의가 없는데 사직 요구, 조기 사퇴 등의 문구를 기재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며 "피고인이 명시적이고 직접적으로 사직 요구를 했다는 그런 직접 증거는 없더라도 여러 사정을 모아보면 피고인도 사직 요구를 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또 재판부는 "이사장 임기는 관련 규정에 의하면 3년이며 정관엔 임기 내에 본인 의사에 반해서 해임되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는데 이는 재단 운영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피고인은 능력을 평가 척도로 삼았거나 법령 등을 위반한 것을 근거로 사퇴 요구한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재판부는 "피고인은 기관의 이사장은 정권이나 장관이 바뀌면 사직하는 것을 관행으로 인식하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그런 관행이 실제로 있었다 하더라도 손 전 이사장은 그런 관행만을 이유로 사직한 것이 아니고 사퇴 요구가 합쳐져 사퇴하게 된 것"이라며 "관련 인과관계가 부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양형에 대해 재판부는 "장관으로 법령을 준수해야 하고 공공기관의 자율 경영과 책임 경영 보장 취지 등에 비춰봤을 때 비난의 정도가 결코 가볍다 볼 수 없다"면서도 "오랜 기간 걸쳐 성실하게 공직 생활했고 개인적 이익이나 외부의 요구에 의해 이런 행위를 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형을 징역 6개월에 1년 집행유예로 정했다.
조 전 장관은 2017년 7월 천해성 당시 차관을 통해 산하 공공기관장을 맡은 손 전 이사장의 조기 사퇴를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