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 망치질, 마약까지...외모 지상주의 덧씌운 '혐오' [트민자]

얼굴에 망치질, 마약까지...외모 지상주의 덧씌운 '혐오' [트민자]

윤세미 기자
2026.04.12 06:30
[편집자주] 트민자는 '트렌드에 민감한 기자'의 줄임말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눈에 띄는 흐름을 포착해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과 시대의 이야기를 들여다봅니다.

강한 턱선을 위해 망치로 턱뼈를 내리치고 볼을 쏙 들어가게 하기 위해 마약을 복용한다?

최근 미국 10~20대 남성들 사이에서 가장 뜨겁고도 기괴한(?) 트렌드는 단연 룩스맥싱(Looksmaxxing)이다. 룩스맥싱은 외모라는 뜻을 가진 '룩스(looks)'와 극대화한다는 뜻의 '맥싱(maxxing)'의 합성어다. 외모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자는 온라인 문화를 일컫는다.

룩스맥싱이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을 타고 미국 남성들을 파고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화려한 외모 경쟁 뒤에 불안과 혐오의 정서가 도사리고 있다고 경고한다.

외모를 수치화하고 등급을 매긴 모습/사진=틱톡
외모를 수치화하고 등급을 매긴 모습/사진=틱톡

채드부터 서브휴먼까지…외모 서열화

룩스맥싱에 빠진 사람들을 룩스매서라고 부른다. 이들은 눈 사이의 거리와 턱에서 목으로 이어가는 각도를 잰다. 온라인 게임 속 캐릭터의 능력치를 계량화하듯 자신의 외모를 계량화해 서로 경쟁하기 위해서다.

룩스맥싱은 단순 관리에서 위험한 신체 개조까지 범위가 넓다. 소프트맥싱의 경우 운동, 식단, 스킨케어 정도의 자기 계발 영역이라면 하드맥싱은 훨씬 가혹하다. 여기엔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성장 호르몬을 주사하고 턱뼈와 광대뼈를 망치로 때려 강인한 얼굴 골격을 만들려는 시도가 포함된다.

한 SNS 이용자가 룩스맥싱을 위해 얼굴을 망치로 두드리고 있다./사진=틱톡
한 SNS 이용자가 룩스맥싱을 위해 얼굴을 망치로 두드리고 있다./사진=틱톡

룩스매서에게 가장 중요한 건 외모로 경쟁자를 압도해 연애 시장과 사회적 서열의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하는 것이다. 이들에게 신체는 가꾸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인생이라는 게임에서 승률을 높이기 위해 최상으로 올려야 하는 능력치인 셈이다.

때문에 외모에 따른 서열도 엄격하다. △최상위 등급인 '채드(Chad)'는 모델이나 배우급 외모를 가진 소수에 해당한다. 극단적으로 각진 턱선, 튀어나올 듯한 광대뼈와 깊게 패인 볼, 조각 같은 가슴 근육과 완벽한 신체 비율, 사냥꾼처럼 강렬하고 날카로운 눈매가 특징이다. △그 아래 '브래드(Brad)'는 채드에 못 미치지만 여전히 이성의 선호도가 높다. △대다수는 평균적인 외모인 '노미(Normie)'로 분류된다. △이보다 낮은 단계로는 '니어 휴먼(Near human)'이 있고 △최하위인 '서브휴먼(Subhuman)'은 '인간 이하'라는 의미처럼 룩스매서들에겐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한다.

인플루언서 클래비큘러/사진=유튜브
인플루언서 클래비큘러/사진=유튜브

룩스맥싱 확산시킨 '클래비큘러'

사실 룩스맥싱은 온라인 인셀(Involuntary Celibate: 비자발적 독신자의 약어) 커뮤니티나 익명 게시판 등에서 공유되는 폐쇄적인 하위문화였다. 인셀은 의지와 상관없이 연애하지 못하는 남성, 이른바 연애 낙오자들을 의미한다.

변방에 머물던 룩스맥싱을 널리 알린 장본인은 '클래비큘러'라고 불리는 인플루언서다. 그는 10대부터 룩스맥싱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외모를 완성하기 위해 상식을 벗어난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쳤다고 주장한다. 턱뼈를 망치로 때려 뒤 더 강하고 각지게 재생시킨다는 본스매싱의 대표주자다. 볼을 깊게 패게 만들기 위해 메스암페타민(마약) 계열을 복용하고, 14세부터 테스토스테론을 주입해 강제로 성인 남성의 골격을 만들었다고 말해왔다.

그는 현재 인스타그램 팔로워 약 100만명을 보유한 룩스맥싱계의 교주로 통한다. 그의 외모 우상은 영화배우 매트 보머다. 그는 2028년 대선에서 개빈 뉴섬(현 캘리포니아 주지사)과 JD 밴스(현 부통령)이 맞붙는다면 외모 능력치가 뛰어난 뉴섬이 승리할 거라고 예측하는 등 모든 사회적 역학 관계를 외모로 설명한다. 사이버트럭으로 행인을 치는 등의 자극적인 영상을 통해 대중의 관심을 강탈하는 관종이기도 하다.

민주당의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공화당의 JD 밴스 부통령/AFPBBNews=뉴스1
민주당의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공화당의 JD 밴스 부통령/AFPBBNews=뉴스1
"외모 불안, 차별과 혐오 부추겨"

전문가들은 클래비큘러의 주장은 근거가 없는 얄팍한 궤변에 불과하다면서도 그의 영향력만큼은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고 경고한다. 10~20대 여성들이 외모 강박에 시달리며 섭식 장애에 시달리듯 10~20대 남성들도 게임화된 외모 경쟁에 빠져 얼굴에 망치를 드는 위험한 행동에 나서고 있단 지적이다. SNS 알고리즘은 비슷한 영상을 띄우며 외모 비교와 불안을 부추긴다.

룩스맥싱이 사실상 백인 남성 특유의 외모적 특징을 선호하기 때문에 인종차별적이란 지적도 나온다. 여성과의 관계 역시 외모 점수와 서열로 환원하는 만큼 여성 혐오와 맞닿아 있단 지적도 있다. 이들은 여성을 개별 인격체보다 획득해야 할 대상으로 보기 때문이다. 또한 '잘생겨야 여성과 어울릴 수 있다'는 논리는 여성을 남성의 외모를 유일한 기준으로 평가한단 인식을 심어주기 때문에 여성에 대한 적대감이나 원망을 정당화하는 통로가 될 수도 있다.

영화배우 맷 보머/AFPBBNews=뉴스1
영화배우 맷 보머/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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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국제부 윤세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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