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잡았더라면…김창민 감독 사건, 어디서부터 문제였을까

그때 잡았더라면…김창민 감독 사건, 어디서부터 문제였을까

이현수 기자, 김서현 기자
2026.04.12 06:10

[MT리포트]제2의 김창민은 막아야 한다③

[편집자주] 고 김창민 감독 사건은 개인의 비극을 넘어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드러냈다. 폭력은 일상이 됐고, 사법시스템은 제 역할을 못했다. 느린 걸음을 함께 하는 사회 분위기도 부족했다. 남겨진 가족이 외롭지 않게, '제2의 김창민'을 막기 위해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지 짚어본다.
고(故) 김창민 영화감독을 폭행해 숨지게 한 20대 남성들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가운데 당시의 집단폭행 현장이 담긴 영상이 공개됐다. 당시 김 감독은 아들과 함께 식당을 방문한 상태였다./사진=JTBC.
고(故) 김창민 영화감독을 폭행해 숨지게 한 20대 남성들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가운데 당시의 집단폭행 현장이 담긴 영상이 공개됐다. 당시 김 감독은 아들과 함께 식당을 방문한 상태였다./사진=JTBC.

고(故) 김창민 감독 사건을 둘러싸고 수사기관의 부실한 초동 수사와 미온적인 판단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초기 대응과 신병 확보 실패가 수사 지연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특히 지휘부가 책임있는 자세로 사건을 봤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감독 사건에서 가장 먼저 드러난 문제는 사건 초기 대응이다. 당시 출동한 경찰은 가해자 일행을 현행범으로 체포하지 않고 인적사항만 확인한 뒤 귀가 조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CCTV에는 최소 6명이 폭행에 가담한 정황이 담겼지만 초기 수사에는 1명만 중상해 혐의로 입건하면서 부실 대응 비판이 제기됐다.

이후 수사도 순탄치 않았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주요 피의자로 판단한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후 공범으로 지목된 B씨를 추가해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신청했지만 검찰의 3차례 반려가 있었고, 보완 수사 이후 청구된 다음에도 법원은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영장 반려와 기각이 반복되면서 이들이 불구속 송치되기까지 4개월이 흘렀다. 피해 가족들이 보복을 두려워하는 동안 가해자 중 한명은 '범인'이라는 활동명으로 '양아치'라는 제목의 음원을 발매해 공분을 사기도 했다.

"초동 수사 미흡…영장 기각으로 이어졌을 수도"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전문가들은 미온적인 초동 수사가 영장 기각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지적한다. 형사법 전문 곽준호 법무법인 청 대표변호사는 "가해자가 여러 명이었던 만큼 2차 가해 우려도 있었던 상황"이라며 "일부 공범에 대해서만 영장이 신청되면서 사실 관계가 충분히 정리되지 않은 점이 기각 판단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도윤 법무법인 율샘 대표변호사도 "집단 폭행이었다는 점이 초기 수사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으면서 범죄 중대성이 축소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불구속 상태로 수사가 진행되면서 장기화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구속영장을 기각한 법원의 판단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김상원 동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거주지가 명확하더라도 생명을 잃을 정도의 폭력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법원이 영장 발부 기준 중 하나인 범죄의 중대성을 더 적극적으로 고려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선 수사관뿐 아니라 경찰청장이나 일선서장 등 지휘부의 책임있는 관리·감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수사 의지와 지휘부의 관심이 충분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 있다는 여론이 나온다.

특히 앞으로 경찰의 수사권한이 커지는 만큼 걸맞은 책임 의식과 대응 역량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건 초기 대응부터 강제수사 여부 판단, 신병 처리에 이르기까지 수사 전 과정에서 경찰의 주도적 역할이 필요한 만큼 책임감있는 수사가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초기 가해자를 1명만 특정하는 등 초동 수사가 미흡했던 점은 분명하다"며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로 경찰의 책임이 커지는 만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수사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재 경기북부경찰청은 초동 수사를 맡은 구리경찰서 관계자들을 상대로 감찰을 진행 중이다. 검찰도 사건을 넘겨받아 전담팀을 구성하고 보완 수사에 착수했다. 의정부지검 남양주지청은 지난 9일 김 감독 사망 사건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경기 구리경찰서 교문파출소 소속 경찰관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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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수 기자

사회부 사건팀 이현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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