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도 문제 없어요. 계엄 당일에는 아무리 추워도 모두가 하나의 목표를 갖고 모였으니까요."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고은정씨(55)는 3일 아침 출근 전 국회를 찾았다. 그는 "계엄 당일엔 일 때문에 못 오고 멀리서 맘 졸이며 지켜봤었다"며 "그때 국회에 나왔던 시민들에 대한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국회에 왔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선 12·3 비상계엄 해제 1주년을 맞아 '빛의 민주주의, 꺼지지 않는 기억'을 주제로 사진전, 학술대회 등 행사가 개최됐다. 서울 아침 기온이 영하 8도까지 내려가면서 시민들은 두꺼운 외투를 입고 모자를 눌러쓴 채 국회를 찾았다. 이들은 1년 전 계엄 선포 당시를 떠올리며 국회를 지켜낸 이들에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국회 중앙잔디광장에는 비상계엄 선포부터 해제까지의 풍경을 담은 사진 90여점이 전시됐다. 국회에 들어가는 군인, 담을 넘는 국회의원, 계엄해제안 의결 모습 등 당시 긴박했던 상황이 시간 순으로 배치됐다.
사진을 둘러보던 인근 주민 이미정씨(57)는 "국회 앞에 많은 시민들이 모인 사진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국민들이 나서서 나라를 지킨 게 참 대단하다"며 "사진전을 보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출근 후 사진전을 찾았다는 국회 직원 김모씨(31)도 "국회 앞 군인들이 모여있는 사진이 가장 인상깊었다"며 "국회라는 공간에 군인이 들어올 거라고는 상상을 못했다. 지금처럼 국회가 정상적으로 회복돼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사진전 끝에는 시민들이 한 마디를 남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국회와 민주주의를 지켜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우리 사회가 더 성숙한 민주주의로 나아가길 바란다' 등 글이 적혔다.
이날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선 '민주주의와 국회, 그리고 헌법'을 주제로 공동학술대회도 열렸다. 학술대회에서는 △헌정위기 극복과 한국 민주주의의 재도약 △민주헌정 수호를 위한 헌법개정과 입법적 대안 등이 논의됐다.
기조연설을 맡은 우원식 국회의장은 정치양극화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우 의장은 "비상계엄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지만 그 배경에 심각한 정치 양극화가 있었다는 사실 또한 부정할 수 없다"며 "정치 양극화의 고리를 끊지 못하면 정치 불신은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행사를 찾은 국회 직원 A씨는 "지난해 계엄 당시 국회 앞 긴박한 상황을 보면서 평화를 회복할 수 있을지 걱정도 많이 했었다"며 "의원들과 시민들의 의지로 1년이 지난 지금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직원 B씨도 "지난해 국회를 지키고 광장에 나갔던 시민들의 용기에도 박수를 보낸다"면서도 "(양당 간) 갈등이 심해져서 아직 계엄의 흔적이 남아있다는 생각도 든다. 이런 분위기가 해결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국회에선 △비상계엄 당시 주요 현장을 탐방하는 '다크투어' △미디어파사드 상영 △글새김 제막식 등 행사가 저녁까지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