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출한 며느리와 숨진 아들 대신 장애 손자를 키우는 할머니가 법적으로 보호자 지위와 양육권을 확보할 수 있을까.
2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혼자 장애 손자를 돌보고 있는 여성 A씨 사연이 소개됐다.
A씨는 15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아들을 혼자 키워왔다. 대학생이 된 아들은 졸업을 앞두고 "결혼하겠다"며 만삭 상태인 여자친구를 집에 데려왔다.
A씨는 당황했지만 출산이 임박한 상황을 고려해 혼인신고를 먼저 하게 한 뒤 자신의 집에서 함께 살도록 했다. 며느리는 아들과 헤어지고 뒤늦게 임신 사실을 알아 병원 진료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했다.
그렇게 태어난 손자는 선천성 뇌 병변 장애 판정을 받았다. 며느리는 살림과 육아에 서툴렀고, 졸업하고 지방에 있는 자동차 부품 공장에 생산직으로 취업한 아들은 주말에만 집에 왔다. 결국 아들 부부 대신 A씨가 집안일을 하며 손자를 돌봐야 했다.
1년쯤 지난 어느 날 며느리는 "잠깐 외출하겠다"며 집을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친정에서도 행방을 모른다고 했다. 아들이 수소문한 끝에 연락이 닿아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지만 며느리는 나타나지 않았다.
참다못한 아들은 이혼 소송을 제기했으나 재판을 기다리던 중 퇴근길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이후 고통스러운 2년이 흘렀고 며느리는 여전히 연락이 끊긴 상태다.
A씨는 "장애를 가진 어린 손자를 혼자 키우면서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며 "나이는 먹어가고 있고 경제적 부담도 크다. 법적으로 부모가 아닌 할머니라 병원이나 관공서에 갈 때마다 막히는 일이 한둘이 아니다. 어떻게 해야 하냐"고 조언을 구했다.
조윤용 변호사(법무법인 신세계로)는 "친부모라고 해도 친권을 남용해 자녀 복리를 현저히 해치거나 해칠 우려가 있다면 법원이 친권 상실을 선고할 수 있다"며 "며느리가 아이를 두고 가출해 2년 넘게 양육하지 않은 것은 친권 남용에 해당한다. A씨는 며느리를 상대로 소송해 친권 상실 선고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친권을 잃더라도 양육비 지급 의무는 유지된다. 실제 양육자인 A씨는 며느리에게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다"며 "법원에 손자에 대한 '미성년 후견인'을 신청하면 법적 보호자 자격을 얻는다. 정당하게 양육 권한을 가진 이후 밀린 양육비와 장래 양육비를 모두 청구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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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아들과 며느리의 혼인 관계에 대해서는 "법률혼은 이혼 절차로만 해소된다"며 "재판상 이혼은 소송 중 한쪽이 사망하면 종료를 선언하고 그대로 끝이 난다. 아들이 숨지면서 이혼 소송이 종료됐으므로 혼인 관계를 해소하지 못하고 부부로 남아야 한다"고 했다.
또 "A씨가 사망할 경우 손자가 아들 대신 재산을 상속받는다"며 "대습상속인 범위에는 자녀의 배우자도 포함된다. A씨가 숨질 때까지 며느리가 재혼하지 않은 상태라면 손자와 함께 재산을 상속받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