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엿새째 쿠팡 압수수색에 나섰다. 확보할 자료가 많고 선별 작업에 시간이 걸려서다. 기업이 클라우드 서비스로 데이터를 보관할 경우 수사관이 일일이 필요한 자료를 가상 환경에서 찾으러 다녀야 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서울경찰청은 15일 오전 전담수사팀 11명을 동원해 송파구 쿠팡 본사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지난 9일부터 6일째 압수수색이다. 경찰은 지난 12일 저녁 7시 기준 압수수색 목표치의 60%를 진행했다.
경찰은 쿠팡 내부서 자료를 선별해 압수수색을 진행하다보니 시간이 지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정보 서울청장은 이날 서울경찰청에서 열린 정례기자간담회에서 "쿠팡 측 시스템 기술자에게 물어보면서 진행하고 있지만 선별 압수수색을 하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일선 사이버 전담 수사관들은 압수수색 장기화 원인 중 하나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꼽는다. 쿠팡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쓰고 있다. 물리 공간에 데이터를 보관하던 시절엔 서버를 통째로 가져올 수 있었지만 이젠 기업 보안팀 참관 아래 흩어진 클라우드 서버를 일일이 조회·검색해야 해서다.
기존엔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보안 서버와 관리인력을 운영했지만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등 클라우드 업체에 외주를 맡겨 비용을 절감하는 경향이 커졌는데 이게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트렌드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서울 일선 경찰서 수사관 A씨는 "서버마다 어떤 데이터가 있는지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며 "우회 및 유출 경로, 쿠팡 내외부에서 조직적인 유출 지시가 있던 것은 아닌지 혹은 상선의 은폐 지시는 없었는지도 들여다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유출자가 디지털 흔적을 삭제했을 수 있는데 삭제 파일도 전부 복구해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압수수색 현장에서 경찰과 기업간 눈치싸움도 치열하다고 한다. 압수수색 영장에 기록된 것만 경찰이 가져갈 수 있는데 데이터가 회색 지대에 있으면 최대한 압수하려는 수사관과 이를 지키려는 기업 법무·보안팀간 공방도 오간다.
실제 쿠팡 압수수색 초기엔 다소 실랑이가 있었다. 박 청장은 "초창기엔 어느 정도까지 압수수색을 해야 할지 이견이 있다고 보고 받았다"며 "이후에는 순조롭게 필요 자료를 협조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클라우드 서비스 공급사가 아마존 같은 해외 기업이면 절차는 더 까다로워지고 시간도 지체된다. 클라우드 공급사에 압수수색 영장을 따로 집행하는 경우도 나올 수 있다.
서울 일선 경찰서에 근무하는 B씨는 "클라우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선 클라우드 사업자에게 영장을 집행해 자료를 제출받는다. 물리적으로 서버가 눈앞에 있다면 직접 확인하겠지만 요즘은 대부분 클라우드로 대체되고 있다"며 "클라우드 (수사)는 기본적으로 시간이 좀 걸린다"고 했다.
경찰은 늦어도 오는 16일에 압수수색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청장은 "수사팀은 오늘이나 내일 중에 마무리되지 않을까 예측하고 있다"며 "선별 압수하다 보니 직접 조회·검색·추출하는 과정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