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쿠팡에서 유출된 개인정보가 계정 기준 3000만건을 넘기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 조사를 앞두고 출국한 뒤로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는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대표에 대해선 체포영장 신청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26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청사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쿠팡의) 개인 정보 유출 수사는 거의 윤곽이 나온 것 같다"며 "아직 확정적으로 종결은 안 됐지만 (유출 규모는) 계정 기준 3000만건 이상 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유출된 각 계정에 이름과 주소 등 여러 개인정보가 포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쿠팡에 가입한 대부분 계정 정보가 유출됐다는 것으로 이는 쿠팡이 자체 조사로 밝힌 3000건보다 1만배 많은 수준이다. 쿠팡은 전직 중국인 직원이 337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그의 노트북에 저장된 3000건가량의 개인정보만 유출됐다고 주장해 왔다. 박 청장은 쿠팡이 사건을 축소하기 위해 허위 발표를 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수사를 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개인정보 유출 관련 수사는 피의자 조사만 남겨둔 단계로 본다. 쿠팡의 증거 인멸 혐의와 이른바 '셀프 조사' 의혹과 관련해서도 디지털 기기 분석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주요 피의자가 해외에 체류 중인 점은 변수로 남아 있다. 박 청장은 "(주요 피의자가) 외국인이다 보니 마음대로 불러서 조사할 수 없는 형편"이라며 "여러 경로로 송환하기 위한 조처를 하고 있다"고 했다.
경찰은 개인정보 유출 혐의를 받는 중국인 쿠팡 전 직원 A씨에 대해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했으나 중국 측에서 별다른 응답이 없는 상황이다. 쿠팡의 자체 조사와 관련해 증거를 훼손한 혐의 등을 받는 로저스 대표는 경찰 조사를 앞두고 출국했다. 박 청장은 로저스 대표에 대해선 세 번째 출석을 요구한 상태로 이에 응하지 않으면 체포영장 신청 등 강제수사에 나설 가능성도 시사했다.
경찰은 이와 별도로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장덕준씨 사망과 관련한 업무상 과실치사 사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수사 의뢰한 자료 보관 명령 위반 의혹, '국회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증감법) 위반 고발 사건 등도 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박 청장은 여권 인사들이 연루된 비위 의혹에 대해선 엄정하게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은 강선우 의원(무소속·더불어민주당에서 제명)의 공천헌금 1억원 수수 의혹과 관련해 현재까지 강 의원 포함 7명을 조사했다. 공천헌금 수수를 묵인했다는 논란과 함께 각종 비위 의혹에 휩싸인 김병기 전 민주당 원내대표와 관련해선 피의자 8명과 참고인 25명을 불러 조사를 마친 상태다.
박 청장은 김 전 원내대표에 대해 "조사 준비가 되는 대로 출석을 요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각의 늑장 수사 비판을 의식한 듯 "(광역수사단) 공공범죄수사대 인력 전부가 집중적으로 달라붙어 밤낮없이 수사하고 있다"며 "필요한 압수수색도 거의 진행됐고 임의제출 받을 것도 받아서 계획대로 수사가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