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 등골 휘는데...밀가루·설탕 '10조 짬짜미' 52명 재판행

정진솔 기자, 양윤우 기자
2026.02.02 14:05

(종합)솜방망이 처벌로 담합 되풀이…검찰 "법정형 상향 필요"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나희석 부장검사가 2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서민경제 교란사범 집중 수사 결과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뉴스1

설탕과 밀가루 등 생활필수품의 가격을 담합한 업체와 관계자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밀가루 회사와 설탕 회사들의 담합 규모만 합쳐도 1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나희석)는 2일 빵·라면 등 원재료인 설탕·밀가루의 가격 담합과 가스절연개폐장치 입찰 담합으로 서민경제에 악영향을 미친 대표이사 및 고위급 임원 등 총 52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이중 6명을 구속 기소했고 46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소속 직원이 위법 행위를 하면 법인도 함께 처벌하는 양벌규정에 따라 16개 법인도 재판에 넘겨졌다.

국내 설탕시장 90%를 점유하는 CJ제일제당, 삼양사 등 제당회사 3곳은 2021년 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국내 설탕 가격의 변동 폭과 시기를 합의하는 등 3조2715억원 규모의 담합 행위를 벌인 혐의를 받는다.

대한제분·사조동아원·삼양사·대선제분·삼화제분 등 제분회사 7곳은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국내 밀가루 가격의 변동 폭과 시기를 합의하는 등 5조9913억원 규모의 담합 행위를 벌인 혐의를 받는다.

이들의 각 범행 기간 설탕 가격은 최대 66.7%, 밀가루 가격은 42.4%까지 인상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가스절연개폐장치 시장 90%를 점유한 4개 기업을 포함해 모두 10개 법인은 2015년 3월부터 7년 반 동안 한국전력이 발주한 입찰 145건에서 6776억원 규모의 담합 행위를 통해 1600억원이 넘는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담합을 통해 낙찰률을 비정상적으로 높이는 방식으로 낙찰 금액을 높였고, 이는 한전의 전기생산 비용 증가에 따른 전기료 상승으로 이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대수롭지 않은 듯 범행을 저질렀다. 나희석 부장검사는 "(밀가루 담합 사건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를 '공 선생'이라며 마치 장난치듯 말했다"고 했다. 한전 입찰 담합 사건에서 업체들은 '담합 아닌 게 어디 있냐, 재수 없게 걸리는 것'이라는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이들은 마치 한 기업처럼 조직적으로 움직였고 증거 인멸도 서슴지 않았다. 나 부장검사는 "(밀가루 담합 사건에서) '들키면 안 되니 연락을 자제하자'고도 했다"고 했다. 설탕 가격 담합 사건의 경우 "(수사단계에서) '이런 증거까지 지우면 증거 인멸될 것 같다. 내가 지우겠다'는 식의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나 부장검사는 "(검찰 조사 결과) '카톡 연락 금지, 문자 연락 금지, 이메일 사용 금지, PC하드디스크 주기적 교체, USB 관리 철저, 폐기할 땐 망치로 때려서 배출 처리하라'는 등의 문건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생활필수품 담합이 되풀이되는 건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기 때문이다. 나 부장검사는 "이들은 실형 2~3년 살더라도 결국 회사에 복귀할 것, 30개월 뒷면 세상은 조용해진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전 입찰 담합 사건에선 "다 같이 벌금형을 받고 끝내자는 게 전략인데 공정위는 여기에 말려들어 불량담합으로만 행정처분했다"고 했다.

검찰은 담합 사건 처벌 수위를 상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측은 "담합 사건 처벌 수위가 미국의 20년 전 수준이어서 담합이 근절될 수 없다"며 "법정형 상향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개인도 처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설탕, 밀가루 담합으로 결국 소비자 피해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담합으로 가격이 오르면 시차를 두고 제품 가격에 반영될 수 밖에 없어서다. 제과사와 라면회사 등이 직접적인 피해자이나 이들도 결국 빵값과 라면값을 올려 국민 주머니에서 돈이 더 나가는 구조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 측은 "국민 생필품 담합으로 인한 식료품 물가와 전기료 상승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인 국민들에게 전가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번 기소로 '담합 범행으로 서민경제를 교란한 민생 침해 사범은 반드시 엄벌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시장에 전파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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