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MT문고]-'사람의 마지막 직업'

인간보다 수천 배 이상 효율적인 AI(인공지능)가 할 수 없는 직업을 다룬 책이 나왔다. 인간과 인간을 잇는 '연결 노동'을 대안으로 제시한 책으로, 전문 연구자가 100여명의 연결 노동자들을 취재한 뒤 써낸 이야기다. AI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심층적으로 조망했다.
앨리슨 J. 퓨 존스홉킨스대 사회학과 교수가 쓴 책 '사람의 마지막 직업'의 주제는 대체되지 않는 일자리다. 상담사부터 의사, 교사, 관리자 등 '인간적인' 직업이 그 예시로, 인간 간의 연결을 다룬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감정과 친밀함을 기반으로 서로에게 공감하는 인간의 '연결 노동'은 'A는 B다'식의 결론만을 기계적으로 도출하는 AI가 할 수 없는 일이다.
책에 등장하는 연결 노동자들은 하나같이 인간성의 중요함에 대해 역설한다. 많은 직업들이 목적 지향적인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으나, 인간성을 회복하도록 돕는 사람 간의 소통·접근은 오직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학교를 예로 들면, 교사와 연결된 학생들은 더 나은 성과를 얻으며 학교 생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AI 교육'으로는 얻을 수 없는 장점이다.
연결 노동자들에 대한 대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 때문이다. AI가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사람은 절대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이들은 점점 더 중요한 인력이 되어갈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연결 노동자들은 불공정 계약·적은 보수 등 불합리한 대우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인간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직업'을 더 빨리 빼앗는 조치에 불과하다.
경제적 논리에 따라 연결 노동의 가치를 해석한 대목도 흥미롭다. 수익 극대화를 위해 '대본화'(표준화)하는 업무가 늘어나며 오히려 과부하를 불러온다는 분석도 재미있다. AI의 하인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인간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남다른 설득력을 가진다.
인터뷰 대상자들의 주장에 치우쳐 지나치게 감성적으로 일관하는 서술 방식은 아쉽다. 인간성 회복에 대부분의 분량을 할애하다 보니 AI의 이점은 의도적으로 배제한 듯한 느낌을 준다. 성 차별, 군 문제, 마약 문제 등 이슈에 대해 불필요한 사족이 많다.
저자는 직장·가정의 관계, AI 시스템이 불러오는 삶의 변화 등에 대해 연구하는 교육자다. '갈망과 소속감', '회전초 사회' 등 사회 현상을 분석한 다양한 책을 썼다. '사람의 마지막 직업'은 잡지 '네이처', 미국사회학회 등 단체가 선정한 최고의 책으로 뽑혔다.
◇사람의 마지막 직업, 추수밭, 2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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