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집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무주택 MZ세대(1980년대~2000년대생)'들이 경매 학원으로 몰린다. 시세보다 저렴한 데다 실거주 의무없이 투자도 병행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경매를 통한 '내 집 마련'에 나선 청년층들이 늘고 있다.
11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국 주거시설(아파트·빌라·단독주택 등) 경매진행건수는 1만717건으로 지난해 1월 6844건보다 57% 늘었다. 서울만 봐도 같은 기간 1353건에서 2323건으로 72% 급증했다.
경매가 늘면서 일부 청년층이 경매시장을 매매시장의 대안으로 보고 뛰어들기도 한다. 알짜 매물을 찾기 위해 경매 학원을 찾는 수강생들도 늘었다.
이날 서울 서초구의 한 경매 학원에는 오전 11시 수업을 앞두고 수강생들이 모여들었다. 전업주부 권모씨(37)는 "결혼 후 전세로 살고 있는데 집값이 계속 오르다 보니 미룰 수 없었다"며 "경매 매물이 최근 많이 나왔고 집도 싸게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등록했다"고 말했다. 그는 재개발 계획이 있는 빌라와 아파트를 중심으로 물건을 살펴본다고 했다.
프리랜서 서모씨(39)도 "학원비가 한 달에 약 80만원 들지만, 잘못 투자해 큰 손해를 보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판단했다"며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경매 법원에 가서 괜찮은 매물이 나오면 주식으로 모은 돈으로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학원 관계자는 "20·30대 직장인은 퇴근 이후인 오후 7시 수업에 몰리고, 약 50명이 수강한다"며 "젊은 층을 중심으로 등록 문의가 지난해보다 약 두 배 늘었다"고 말했다.
인터넷 강의를 선택한 수강생도 있다. 직장인 김모씨(29)는 "퇴근 후에는 피곤해서 인터넷 강의를 택했다"며 "현장 수업과 큰 차이가 없을 것 같아 결제했고 주말엔 카페에서 공부한다"고 말했다.
경매 학원의 인기는 최근 경기 상황과 무관치 않다. 담보 대출을 떠안고 있던 차주들이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경매로 떠밀리는 상황이 많아지면서다.
전문가들은 경매 시장이 달아오르면서 사기 피해가 늘어나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부산에서는 경매 학원으로 위장해 수강생을 상대로 약 80억원 투자금을 가로챈 학원장 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10월 경기도 한 경매 학원에선 경매 수익을 과장 홍보해 수십억원대 투자금을 유치한 학원 관계자가 기소됐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변호사는 "토지거래허가제나 보유세 인상 등 규제 강화가 예상되면서 규제에서 자유로운 경매 시장의 관심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권리 분석이 어려운 점을 악용해 젊은 수강생을 상대로 한 기획부동산 사기 위험도 있는 만큼 비정상적으로 낮은 가격의 매물이 제시되거나 실제 소유권 이전이 아닌 투자 참여만을 권유받을 경우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