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12·3 비상계엄이 국헌 문란 목적의 폭동이었다는 점을 인정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대국민 메시지 계엄'이었다는 윤 전 대통령의 주장은 일절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먼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권을 인정했다.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고 줄곧 강조해 온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공수처가 비상계엄과 관련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를 진행하면서 사실상 같은 사안인 내란죄 수사 역시 진행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수처는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직접관련성 있는 범죄에 대해서는 수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의 체포 방해 혐의 재판을 담당한 같은 법원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백대현)도 공수처 수사 과정에서 내란 혐의가 자연스레 드러난다며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을 인정했다.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에 해당한다는 점도 인정됐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국회에 군을 투입한 것이 핵심"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이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점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군을 보내 국회의사당을 봉쇄하고 여야 주요 인사를 체포해 국회의원들이 토의·의결하지 못하게 할 목적이 있다고 보기 충분하다"며 "군 철수 계획도 없었다. 결국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장관 마음먹기에 따라 국회가 재개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대통령 권한인 비상계엄은 원칙적으로는 그 자체로 내란죄에 해당할 수 없으나 헌법이 설치한 기능을 마비시킬 목적이면 국헌문란 목적 내란죄가 성립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재판부는 잉글랜드 왕 찰스 1세가 군을 이끌고 의회를 해산시켜 반역죄로 사형을 선고받은 역사를 거론하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이 꾸준히 주장해왔던 계몽령·경고성 계엄 주장도 일축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국가 위기상황이라 판단하고 이를 바로잡고자 한 정당성 여부에 대해 변론하더라도 이는 계엄의 동기, 이유와 명분에 불과할 뿐 국회에 군을 동원한 목적이라고 볼 수 없다"며 "성경을 읽는단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순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계엄 선포, 포고령, 국회봉쇄 행위, 체포조 운영, 중앙 선관위 등 점거, 서버 반출 및 시도 등은 그 자체로 폭동행위에 해당한다 보이고 이런 폭동행위는 대한민국 전원이 그 대상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국회 등이 위치한 서울과 수도권의 평온을 해할 정도 위력이 있다 보는게 상당하다고 판단된다"며 내란죄 구성요건 중 폭동 부분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무기징역을 선고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윤 전 대통령이 민주주의 핵심 가치를 근본적으로 훼손했다는 점에서 비난 여지가 크다"며 "비상계엄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산정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군·경의 정치적 중립성이 크게 훼손되고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정치적 위상과 대외 신뢰가 하락했다"며 "우리 사회는 정치적으로 양극단의 상황을 겪고 있다. 대규모 수사·재판이 진행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며 피해를 호소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해 "범행을 주도했고 다수의 사람을 범행에 관여시켰다"며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초래됐고 그 부분에 대해 사과의 뜻을 내비치는 모습도 찾아보기 어렵다. 별 사정 없이 출석 거부도 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아주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며 "물리력 행사를 최대한 자제하려한 것도 보인다. 실제적 물리력과 폭력행사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고, 범죄전력이 없고 현재 65세로 비교적 고령"이라는 유리한 정상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