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을 마무리지은 재판장은 지귀연 부장판사다. 그가 지난 1년2개월간 관련 재판을 심리하면서 각종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에게 19일 무기징역을 선고한 지 부장판사는 서울 출신으로 개포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99년 제41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2002년 사법연수원을 31기로 수료했다. 2005년 인천지법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한 이후 서울가정법원, 부산지법 동부지원 부장판사 등을 거쳤다. 법원 내 주요 보직으로 꼽히는 대법원 재판연구관도 두 차례 지냈다.
2023년 2월부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로 근무하며 굵직한 사건을 여럿 맡았다. 2024년 2월 '부당 합병' 의혹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1심에서 19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같은 해 9월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에게 징역 1년과 벌금 200만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지난해 12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으로 기소된 박지원 전 국정원장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처음 지 부장판사가 내란 사건을 맡았을 땐 '사건의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왔다. 사건의 예민함과 복잡성을 고려할 때 '공과 사' 구분이 확실한 지 부장판사가 사건을 적절히 다룰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컸다. 지 부장판사 특유의 빠른 사건 처리 능력이 필요한 사건이라는 평가까지 있었다.
그러나 지 부장판사는 지난해 3월 윤 전 대통령 구속 취소를 결정한 이후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당시 그는 구속 기간이 이미 지난 채 기소가 이뤄진 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내란 수사권이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점 등의 이유를 들며 구속 취소를 결정했다.
구속 취소 결정 직후 얼마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 지 부장판사의 룸살롱 접대 의혹을 제기했다. 변호사 지인에게 부적절한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다. 공수처가 아직까지도 해당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다.
지 부장판사의 재판 방식도 뜨거운 감자가 됐다. 재판 도중 거센 항의를 하는 변호인단에게 서슴없이 "죄송하다"고 사과하는 모습이나 "아이고, 여기까지만 하시죠"라며 달래주는 모습을 보고 변호인단에게 끌려다닌단 지적이 나왔다. 엄숙해야 할 법정에서 "기자님들 우리 기사 좀 써줘요. 법정 추워요"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부장판사는 "변호사들의 과도한 항의는 더 엄하게 대응했어야 했다"면서도 "다만 이런 예민한 사건에서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게 재판한 건 프로다웠다"고 평가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구속 취소 결정이 이례적이라 이해되지 않았다"면서도 "곰곰이 생각하니 후에 문제가 될 절차적 하자를 최소화한 선택으로도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 부장판사는 법관 정기인사에 따라 오는 23일 서울북부지법으로 자리를 옮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