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수 백혈병 사망→재심 무죄"...아내 살해 누명, 하늘서 벗었다

윤혜주 기자
2026.02.20 10:12
2003년 7월 전남 진도군 명금저수지(현재 송정저수지)에서 발생한 사고 현장 모습./사진=뉴스1

'보험금을 노리고 아내를 살해했다'는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한 남성이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다만 이 남성은 고대하던 재심 첫 재판을 앞두고 백혈병 항암 치료 도중 숨졌다.

20일 뉴시스에 따르면 검찰은 무기수 고(故) 장동오씨의 사후 재심에서 내려진 무죄 선고에 대해 항소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 11일 광주지법 해남지원은 장씨의 살인 혐의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 기한은 선고일로부터 7일인데, 만료 기한인 지난 18일 설 연휴였다는 점이 고려돼 하루를 더해 지난 19일까지가 항소 기한이었다. 그러나 검찰은 그날까지 항소하지 않았고, 결국 무죄 선고가 확정됐다.

장씨는 2003년 7월9일 전남 진도군 의신면 명금저수지(현 송정저수지)에서 1톤 트럭을 운전하다 고의 추락 사고를 내 조수석에 탑승했던 아내 A씨(사망 당시 45세)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장씨는 단순 사고를 주장했지만 검찰은 장씨가 아내 앞으로 가입돼 있던 보험금 9억3000만원을 노리고 고의로 사고를 낸 것으로 판단했다. 법원은 검찰 측 주장을 받아들였고, 장씨는 대법원에서 최종 무기징역을 확정받고 수감됐다.

이후 장씨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2009년, 2010년, 2013년에 걸쳐 재심을 청구했지만 번번이 기각됐다. 그러다 한 현직 경찰관이 2년여에 걸쳐 소송 기록과 현장 재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끼워 맞추기식' 수사 조작 정황을 제기했다. 이에 장씨는 2021년 네 번째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재심 결정 이후 이에 불복한 검찰이 항고와 재항고를 하며 1년이 지났고, 2024년 1월이 돼서야 재심이 시작됐다. 장씨는 그토록 고대하던 재심 첫 재판을 보름여 앞둔 같은해 4월 백혈병 항암 치료 도중 숨졌다.

재심 재판부는 앞서 3차례에 걸친 법원 판단에서 살인 배경으로 지목한 '다수의 생명 보험 가입', '피해자의 수면제 복용', '고의 교통사고', '차 안에서 피해자에 대한 위력' 등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특히 재판부는 "피고인은 2차례 큰 사고를 당해 기존에 가입한 보험 혜택을 본 경험이 있어 보험에 더 가입해야 한다고 생각할 동기가 있었다"며 "피해자는 자신의 주도로 피고인을 보험 수익자로 지정했다"고 판단했다.

고(故) 장동오씨의 법률대리인 박준영 변호사와 유족 등이 지난 11일 전남 해남군 광주지법 해남지원 형사법정 앞에서 장씨의 사후 재심 무죄 선고 직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사진=뉴시스

장씨 부부 자녀들은 재판부의 무죄 선고 후 "아버지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엄청 기뻐했을 것"이라며 "올바른 판단을 내려준 재판부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장씨의 법률대리인 박준영 변호사는 "장씨는 보험금 탓에 아내를 살해한 원통한 누명을 쓰고 20년 가까이 복역하다 죽어서야 무죄를 인정받았다. 재심 개시 결정 이후 불복한 검찰이 항고와 재항고로 1년 가량 허비했고 그 사이 쇠약해진 장씨가 옥중에서 세상을 떠났다"며 "장씨의 억울한 옥살이에는 경찰과 검찰, 국과수, 법원까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책임을 통감해야 할 수사·사법기관 중 1곳도 사죄 표명이 없어 아쉽고 너무도 안타깝다"고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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