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오전 서울 성동구의 한 주유소에는 쉴틈없이 주유를 하려는 차량들이 오갔다. 이곳 휘발유가격은 리터(ℓ)당 1795원이었다. 1800원에 육박하는 가격이었으나 근처 주유소보단 50원 가량 저렴했다. 주유소를 찾은 주동헌씨(59)는 "전쟁 때문에 기름값이 더 오를 것 같아 남아있는 절반을 미리 채우러 왔다"며 "지난해 6월 미국의 이란 공습 때도 유가가 오른 경험이 있어 그나마 1700원대일 때 넣으려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국내 주유소들이 급격하게 기름값을 올리면서 더 오르기 전에 미리 주유를 하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몰렸다. '지금이 가장 쌀 때'라는 인식 때문이다.
이날 오전 서울 송파구 송파나루역 인근 주유소에서 만난 60대 남성 A씨도 "휘발유 가격 인상이 체감된다"며 "예전엔 한 번에 12만원 어치씩 넣었는데 이번엔 주유량을 줄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리터당 1600원선이 적당하다고 보는데 벌써 이곳은 1749원까지 올랐다"고 했다.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800원대 후반인 주유소까지도 기름을 넣는 차량들이 이어졌다. 해당 주유소 관계자는 "가격이 높은 편인데도 1주일 전보다 손님이 20% 정도 늘었다"며 "국제 정세 때문에 휘발유·경유 가격을 약 200원 정도 불가피하게 올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 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휘발유 전국 평균가격은 리터당 1821.98원, 서울 평균가는 1882.85원이다.
전쟁 발발 직전인 지난달 27일(전국 1692.58원·서울 1753.54원)과 비교했을 때 전국 휘발유 가격은 129.4원, 서울 평균가격은 129.31원씩 각각 올랐다.
같은 기간 경유 가격 오름폭은 더 컸다. 이날 기준 전국 평균 경유가격은 리터당 1811.03원으로 약 일주일 사이 213원 가량 급등했다.
단기간 기름값이 급등하면서 자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시민들도 늘었다. 서울 지하철 천호역에서 만난 50대 남성 최모씨는 "휘발유가 1800원대까지 오르면서 부담이 커졌다"며 "가까운 거리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20대 방모씨는 "전날 휘발유 가격이 1799원인 것을 보고 주유를 망설였다"며 "이번 주말 친구들과 만나기로 했는데 버스를 타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정부도 국내 주유소들의 가격 급등 현상을 주시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휘발유 가격에 바가지를 씌우는 행위에 엄중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정부는 석유 판매가격의 상한선 지정을 추진하고 주유소 등의 가격 담합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시장감시를 강화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