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5일 서울 반포대교를 달리던 포르쉐가 난간을 들이받고 튕겨 나가 한강 둔치에 떨어졌다. 차량은 뒤집힌 채 추락했다. 이 과정에서 다른 차량 4대를 들이받았다. 운전자인 30대 여성은 사고 당시 프로포폴과 케타민 등에 취한 상태였고, 그의 차량에서는 프로포폴이 담긴 주사기와 의료용 튜브가 발견됐다.
# 같은달 28일엔 서울 용산구에서 벤틀리 차량을 몰던 30대 남성이 약물 운전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차선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차량이 있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출동했다. 운전자는 음주 상태는 아니었지만 약물 검사 요구를 거부해 체포됐다. 차량에서는 액상 담배와 유사한 형태의 약물 키트가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약물운전'이 도로 안전을 위협하는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 '술'만 도로 위 위험이 아닌 셈이다. 마약과 향정신성의약품이 일상으로 파고들어서다. 오는 2일부터 약물운전 처벌과 단속이 강화된다. 하지만 복용량과 시간 등에 대한 기준이 여전히 모호해 현장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일 경찰청에 따르면 약물운전으로 인한 면허취소 건수는 지난 5년 사이 186% 늘었다. 2021년 83건, 2022년 80건을 기록한 뒤 2023년 129건으로 크게 늘었다. 이후 2024년 164건, 지난해에는 237건으로 집계됐다. 음주운전과 달리 약물운전은 별도의 검거 통계가 없어 실제 적발 규모는 이보다 클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 관계자는 "2020년대부터 마약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약물운전 사례도 덩달아 증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약물운전은 마약운전만 국한되지 않는다. 수면제나 항불안제 등 병원으로부터 처방받은 약을 복용한 후 사고를 내는 사례도 증가하는 추세다. 경찰에 따르면 약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2023년 24건에서 2024년 70건으로 증가했다. 이 가운데 '마약 외 약물'로 인한 교통사고가 19건(사망 0명·부상 32명)에서 2024년 52건(사망 1명·부상 86명) 크게 늘었다.
대표적으로 방송인 이경규 사례가 있다. 그는 지난해 6월 공황장애 치료제를 복용한 뒤 다른 사람 차량을 몰다가 적발됐다. 당시 그가 먹은 공황장애 치료약에는 졸림과 집중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는 벤조디아제핀 성분이 검출됐다. 지난해 말에는 서울 강남에서 발생한 신호위반 사고 운전자에게서도 같은 성분이 확인됐다.
약물운전 위험이 현실화하면서 단속·처벌 기준도 강화됐다. 오는 2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도로교통법은 기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됐던 약물운전 처벌 수위를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했다. 경찰이 약물 복용 여부를 측정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이에 따라 경찰의 측정 요구를 불응하면 약물운전과 동일하게 처벌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혼선이 예상된다.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서다. 도로교통법 45조는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 운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여기서 약물의 범위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명시된 마약·대마·향정신성의약품 481종과 화학물질관리법상의 환각물질 9종 등 총 490종이다. 하지만 약물의 복용량과 시간 등에 관한 규정은 없다.
이범진 아주대 약학대 교수는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운전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마약류 등 성분 자체에 따라서도 위험도가 다르지만 복용량에 따라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천차만별"이라며 "약을 제품으로 접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혼란이 더 클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약의 체내 농도 혹은 복용 후 시간에 대해 평균적인 수치를 기반으로라도 판단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