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 안 된 효용, 지연된 논의…한국 '사형'의 현실

정진솔 기자, 오석진 기자, 양윤우 기자, 이혜수 기자
2026.04.06 05:41

[기획]집행없는 사형, 언제까지③사형, 범죄예방 효과 있다? 없다?…'모른다'

[편집자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으면서 논란이 일었다. 일각에서는 왜 사형이 아니냐고 반발했지만 법조계에서는 합당한 처벌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사형제가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여서다. 30년 가까이 집행 없는 사형, 이대로 두는 것이 옳을까. 논의를 다시 시작할 때다.
헌법재판소 사진./사진=뉴시스

사형제 존폐 문제는 수십년 전 처음 부상했지만 사형제가 실제로 범죄예방 효과가 있는지 등에 대한 연구는 사실상 멈춰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형제의 효용성 등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고 사형제 자체가 정치적 논쟁의 대상만 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사형제를 찬성하는 쪽은 사형이 범죄를 예방한다는 점을 주된 논거로 내세운다. 반대로 사형제를 반대하는 쪽은 사형이 범죄자를 극한으로 몰아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와 관련, 학계에서는 사형제의 효용성을 증명하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견해가 많다. 효용성은 범죄 예방효과인데 이를 뒷받침할 수치를 만들기 어려워서다. 범죄는 발생에 미치는 요소가 다양하고 표본을 정하기가 어렵다는 특성이 있다. 현재 존재하는 통계들은 결과가 일관적이지 않다.

실제 헌법재판소가 사형제도의 위헌 여부에 대해 심리했을 때 참고인이었던 고학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형제가 억지력을 발휘하는지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헌재에 낸 것으로 파악됐다. 헌재의 공개변론에 출석해 사형제 존치를 주장했던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사형제의 범죄억지력은 확실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실장은 "사형제 효용성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실험이나 연구는 불가능하다"며 "사형이라는 단일한 형벌이 범죄 예방에 얼마만큼 관련성이 있는지를 유의미하게 평가하는 방식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관련 연구를 진행했던 박철현 동의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우리나라가 사형 집행을 안 한 지 오래되면서 사형제 효과에 대한 연구나 찬반에 대한 연구 자체가 많이 없는 상태"라고 했다. 사형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멈추면서 관련 연구도 사실상 멈췄다는 것이다.

가장 최근 사형제가 숙의 대상에 올랐던 때는 헌재의 심리를 받게 된 2022년으로 존속 살해 등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윤모씨가 검찰의 사형 구형과 관련해 헌법소원을 청구했을 당시다.

재판관들이 다수 사형제 폐지 견해를 직·간접적으로 드러내면서 폐지설에 무게가 실렸다. 다만 재판관 공석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 접수 등 변수가 생겨 사건 심리가 장기화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헌재는 사형제가 합헌이라고 판단했으나 점차 재판관 내부 위헌 의견이 늘고 있어 향후 사형제 폐지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헌재는 1996년 7(합헌)대 2(위헌), 2010년에는 5(합헌)대 4(위헌)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입법부도 사형제에 대한 논의를 재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입법부의 사형제 논의는 헌재의 심리와 함께 중단된 상태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4년 '사형 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으나 여전히 소속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15대 국회부터 21대 국회까지 9번의 사형제도 폐지 법안이 발의됐으나 모두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덕인 부산과학기술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언젠간 분명 이뤄져야 할 논의인데 '최고 형벌'이라는 중요도에 비해 긴급성이 없다"며 "정치적으로 이용이 많이 될 뿐 현실적으로 논의가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